인식적 순환 (Epistemic Circularity)

철학
한 줄 정의: 어떤 인지 능력이나 방법의 신빙성을 정당화하기 위해 바로 그 능력이나 방법 자체를 사용하게 되는 정당화의 순환 구조를 가리킨다.

쉽게 풀면

인식적 순환은 '내 눈이 믿을 만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지?'라는 질문에 '내 눈으로 세상을 보니 잘 맞더라'라고 답하는 것처럼, 어떤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결국 그것 자체를 다시 사용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감각이나 이성 같은 근본적인 인지 능력을 검증할 때 이런 순환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왜 중요한가

인식적 순환성은 어떤 인식 원천(예: 감각, 기억, 이성)의 신뢰성을 정당화하는 논증이 바로 그 원천 자체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을 가리키며, 아그리파의 트릴레마가 지적하는 정당화의 근본적 곤경을 구체적 인식 원천의 차원에서 다시 제기합니다. 외부주의 인식론이 이런 순환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토대주의 대 외부주의 논쟁의 중요한 시험대가 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알스톤은 감각적 지각의 신빙성을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필연적으로 인식적 순환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윌리엄 알스톤이 감각 지각이 믿을 만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모든 시도가, 결국 감각 자체에 의존한 증거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순환에 빠진다는 점을 지적했음을 설명한다.

"기억의 신빙성을 다룬 한 논문은, 기억이 정확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시도 자체가 결국 과거에 대한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감각 지각과 유사한 인식적 순환에 빠진다고 지적하였다."

이 문장은 인식적 순환이 감각 지각뿐 아니라 기억처럼 다른 근본적인 인지 능력을 정당화하려 할 때도 똑같이 나타나는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인식적 순환은 논리적 순환(전제가 결론을 명시적으로 포함)과 달리 훨씬 폭넓고 전제적(premise-circular)이지 않은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아, 이를 논리적 오류로서의 순환 논증과 동일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반 클리브 등이 신중한 구분을 요구합니다. 일부 철학자는 이런 종류의 순환이 회피 불가능하며, 오히려 그것이 인식적으로 무해할 수 있는 조건(예: 그 원천이 실제로 신뢰할 만할 것)을 규명하는 데 논의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주의할 점

인식적 순환은 논리적 오류로서의 순환논증과 유사해 보이지만, 근본적인 인지 능력 자체를 정당화하는 특수한 맥락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문제로 다뤄진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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