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론 (Determinism)
쉽게 풀면
결정론은 우주의 모든 일이 이전에 일어난 일들과 자연법칙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다. 만약 우주의 모든 원자의 정확한 상태를 알고 자연법칙을 완전히 안다면, 미래에 일어날 모든 일을 원리상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선택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자유의지와의 관계가 논쟁이 된다.
왜 중요한가
결정론은 모든 사건이 선행하는 원인과 자연법칙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형이상학적 논제로, 자유의지가 이와 양립 가능한지를 둘러싼 양립가능론과 자유지상주의, 강한 결정론 사이의 논쟁을 규정하는 배경 개념입니다. 라플라스의 악마 사고실험이 고전 물리학적 결정론의 이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
핵심 주장
- 결정론은 어느 시점의 세계 상태와 자연법칙이 주어지면 이후의 모든 사건이 단 하나의 방식으로 정해진다는 논제입니다.
- 라플라스는 『확률에 관한 철학적 시론』(1814)에서 모든 힘과 상태를 아는 지성(후대에 “라플라스의 악마”로 불림)이 있다면 미래도 과거처럼 알 수 있으리라고 서술했습니다.
- 결정론은 숙명론과 다릅니다. 숙명론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 결과가 같다고 하고, 결정론에서는 우리의 선택도 결과를 만드는 원인의 일부입니다.
- 결정론은 예측 가능성과도 다릅니다. 결정론적이어도 초기값에 극도로 민감한 계는 실제로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근거와 대표 연구
결정론적이지만 예측이 어려운 예: 로지스틱 사상 x(n+1) = 4·x(n)·(1 − x(n))은 규칙이 완전히 정해져 있지만 초기값 0.2와 0.2000001에서 출발한 두 값은 처음에는 거의 같다가 점점 벌어집니다(아래 값은 이 식을 직접 계산한 결과입니다).
| 단계 n | x (0.2에서 시작) | x (0.2000001에서 시작) | 차이 |
|---|---|---|---|
| 0 | 0.2000 | 0.2000 | 0.0000 |
| 10 | 0.1478 | 0.1479 | 0.0001 |
| 20 | 0.8200 | 0.7095 | 0.1105 |
| 30 | 0.3203 | 0.9903 | 0.6700 |
- 양자역학: 표준적 해석(코펜하겐 계열)은 측정 결과가 확률적이라고 보지만, 보옴 역학처럼 결정론적인 해석도 있어 물리학이 결정론을 결정적으로 반증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결정론과 물리 이론의 관계는 어스먼(1986)이 체계적으로 다룹니다.
- 자유의지 논쟁: 결정론이 참이면 자유의지가 불가능한가에 대해 양립 불가능론(반 인와겐의 ‘귀결 논증’, 1983), 양립 가능론, 비결정론에서 자유의지를 찾는 자유지상론(케인, 1996)이 갈립니다. 스트로슨(1962)은 책임 관행이 형이상학적 논제와 독립이라고 논했습니다.
비판과 한계
- 양자역학에 의한 반박: 비결정론적 해석이 있다는 것이지, 결정론이 틀린 것으로 증명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해석 문제에 따라 달라집니다.
- 비결정론 = 자유: 무작위성이 있다고 해서 자유로운 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널리 있습니다. 우연은 통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결정론 = 숙명론: 위에서 구분했듯 다릅니다.
- 신경과학 결정론: ‘뇌 결정론’ 주장은 신경 활동이 행동을 결정한다는 환원론적 논제이며, 철학적 결정론 일반과 구별해야 합니다. 국내 철학 연구에서는 신경윤리학이 제기하는 문제를 다루면서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 범위 제한: 사회과학의 ‘기술 결정론’, ‘유전자 결정론’ 같은 말은 철학적 결정론과 달리 한 요인이 결과를 좌우한다는 경험적 주장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실제 논문에서
국내 학술지 논문에서 이 용어가 쓰인 문장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제목·학술지·연도와 원문 링크를 함께 적었습니다.
“본 연구는 이를 위해 신경과학과 신경윤리학이 규범윤리학에 제기하는 ‘뇌 결정론과 환원론, 그리고 자유의지의 문제’와 ‘도덕 판단에 대한 신경윤리학의 설명 문제’라는 도전적 과제를 규범윤리학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논구한다.”
신경과학 시대의 규범윤리학: 도덕적 설명은 도덕적 정당화를 대체할 수 있는가?, 倫理硏究, 2018 · KCI 한국학술지인용색인 · 원문 보기 ↗
“그러므로 본 연구는 첫 번째로 스토아 철학의 의지의 작동원리와 의지의 참된 자유 그리고 결정론을 탐구할 것이다.”
고대철학에서 어거스틴의 자유의지 개념들의 근원들에 관한 연구, ACTS 신학저널, 2020 · KCI 한국학술지인용색인 · 원문 보기 ↗
예시 문장
아래는 용어의 쓰임을 보여 주려고 만든 예시로, 실제 논문에서 가져온 문장이 아닙니다.
우주의 모든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아는 초지성적 존재(라플라스의 악마)가 있다면 과거와 미래의 모든 사건을 계산해낼 수 있다는 사고실험을 통해 결정론의 함의를 설명한다.
결정론을 둘러싼 대표적인 철학적 쟁점을 보여주는 서술이다.
조금 더 깊게 보면
결정론은 흔히 숙명론(fatalism)과 혼동되지만, 숙명론이 우리의 행위와 무관하게 특정 결과가 반드시 일어난다고 보는 데 반해 결정론은 우리의 행위 자체도 인과 연쇄의 일부로서 결과를 산출하는 데 기여한다고 본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양자역학의 비결정론적 해석이 등장한 이후 물리적 결정론 자체가 경험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자유의지 논쟁을 순전히 형이상학적 문제로 다룰지 경험과학의 문제와 결합해 다룰지를 두고 논쟁을 낳습니다.
결정론은 논리적 결정론(모든 명제는 이미 참이거나 거짓으로 확정되어 있다는 논제), 신학적 결정론(신의 예지가 모든 사건을 확정한다는 논제), 인과적 결정론(자연법칙과 초기조건이 이후 상태를 유일하게 고정한다는 논제)으로 세분되며, 자유의지 논쟁에서 주로 다뤄지는 것은 마지막 인과적 결정론이다.
이 세 결정론은 서로 다른 전제에서 출발하므로, 하나를 논박한다고 해서 다른 결정론까지 함께 논박되는 것은 아니다.
주의할 점
결정론은 '숙명론'과 다르다. 숙명론은 무엇을 하든 결과가 같다는 주장이지만, 결정론은 원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되 그 인과 과정 전체가 필연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주장이라는 차이가 있다. 결정론은 예측가능성과 동일하지 않다. 카오스 이론에서 보듯 어떤 계는 결정론적이면서도 초기조건의 미세한 차이 때문에 실제로는 예측이 극히 어려울 수 있으므로, '예측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곧 '비결정론적이다'를 함축하지는 않는다.
헷갈리기 쉬운 용어
자유와 필연을 다루는 용어입니다.
| 용어 | 내용 | 결정론과의 관계 |
|---|---|---|
| 결정론 | 법칙과 상태가 미래를 하나로 정한다 | — |
| 강한 결정론 | 결정론이 참이고 자유의지는 없다 | 결정론+양립 불가론 |
| 양립 가능론 | 결정론과 자유의지가 양립 가능 | 결정론이 참이어도 자유의지가 가능하다고 봄 |
| 양립 불가론 | 둘이 양립 불가능 | 결정론이면 자유 없음 |
| 자유의지 | 행위자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 등 | 논쟁의 짝 개념 |
참고 문헌
- Laplace, P.-S. (1814). Essai philosophique sur les probabilités. Courcier.
- van Inwagen, P. (1983). An Essay on Free Will. Clarendon Press.
- Earman, J. (1986). A Primer on Determinism. D. Reidel.
- Kane, R. (1996). The Significance of Free Will. Oxford University Press.
- Strawson, P. F. (1962). Freedom and resentment. Proceedings of the British Academy,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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