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적 맥락주의 (Epistemic Contextualism)

철학
한 줄 정의: 안다는 말이 표현하는 기준이 발화 맥락에 따라 달라져, 같은 믿음도 맥락이 바뀌면 지식으로 인정되기도 부정되기도 한다는 인식론 입장입니다.

쉽게 풀면

평평하다는 말을 생각해 봅시다. 운동장은 평평하지만 현미경으로 보면 울퉁불퉁합니다. 어느 쪽도 거짓말이 아니고, 요구되는 정밀도가 달랐을 뿐입니다. 맥락주의는 안다는 말도 이렇다고 봅니다. 평소 은행 앞에서 토요일에도 문을 연다는 걸 안다고 말하면 참이지만, 큰돈이 걸려 있고 틀리면 큰일 난다는 이야기가 오가는 순간 같은 문장이 거짓이 됩니다. 믿음이나 증거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대화가 요구하는 확실성의 눈금이 올라간 것입니다.

왜 중요한가

회의주의 논변은 우리가 통 속의 뇌가 아님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압박합니다. 맥락주의는 그 논변이 대화의 기준선을 극단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에 성립하는 것이라고 진단하여, 지식의 폐쇄 원리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적 지식 주장을 지켜 내는 전략을 제공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저자는 은행 사례에서 지식 귀속 문장의 진리치가 달라지는 현상을 인식적 맥락주의로 설명하였다."

같은 사람의 같은 믿음을 두고 한 상황에서는 안다고 하고 다른 상황에서는 모른다고 말하게 되는 언어 직관을, 믿음이 아니라 안다는 낱말의 기준이 달라진 것으로 풀이한 것입니다.

"본 논문은 맥락주의와 주체 민감적 불변주의가 동일한 사례를 서로 다르게 설명하는 지점을 비교하였다."

기준을 정하는 것이 지식을 귀속하는 화자의 대화 맥락인지, 아니면 지식을 가진 당사자 본인의 실천적 이해관계인지를 두고 갈라지는 두 진영을 같은 사례 위에서 견주어 본 연구입니다.

"비판자는 맥락주의가 화자들의 의미론적 무감각을 부당하게 전제한다고 반박하였다."

안다는 말이 정말 맥락마다 다른 기준을 표현한다면 말하는 사람들이 그 차이를 알아차려야 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반론으로, 맥락주의에 대한 대표적 언어학적 비판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표준적 형태는 귀속자 맥락주의로, 지식을 귀속하는 화자 쪽 대화 맥락이 기준을 정한다고 봅니다. 기준을 끌어올리는 대표적 요인은 오류 가능성의 명시적 언급과 걸린 이해관계의 크기입니다. 경쟁 입장으로는 기준을 정하는 것이 인식 주체 자신의 실천적 이해관계라고 보는 주체 민감적 불변주의, 그리고 평가 맥락에 따라 진리치가 달라진다고 보는 인식적 상대주의가 있습니다. 세 입장은 같은 사례 자료를 공유하면서 무엇이 변하는가에 대해 서로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주의할 점

맥락주의는 진리 자체가 상대적이라는 상대주의류의 주장이 아닙니다. 달라지는 것은 안다는 낱말이 표현하는 기준선일 뿐 세계 쪽 사실이 아닙니다. 또 신빙성주의정합주의처럼 정당화의 구조를 다루는 이론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층위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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