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시 (Epic Poetry)
쉽게 풀면
영웅의 위대한 모험이나 한 민족의 큰 이야기를 시의 형식으로 길게 풀어낸 문학 장르예요.
왜 중요한가
서사시는 호메로스에서 밀턴까지 서구 문학 정전의 뼈대를 이루므로, 장르 위계와 정전 형성을 다루는 논문에서 기준 장르로 쓰입니다. 루카치가 소설을 '신이 떠난 시대의 서사시'로 규정한 이래 서사시는 소설 이론의 대립항으로도 기능해, 근대 서사 형식의 성격을 논할 때 반드시 참조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서사시'는 영웅적 인물과 민족적 사건을 장대한 운문 형식으로 서술하는 장르를 뜻하며, 서정시·극시와 구별되는 고전적 장르 삼분법의 한 축이라는 의미예요.
텍스트에 남은 반복 표현을 통해 서사시가 구술로 전승되었을 가능성을 짚어내는 분석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서사시를 '길고 영웅적인 시'로만 정의하면 구술 서사시와 문자 서사시의 차이를 놓칩니다. 패리와 로드의 구술 정형구 이론 이후 호메로스 서사시는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구술 전통의 산물로 이해되었고, 이 관점이 한국의 서사무가 연구에도 적용되었습니다. 한국 문학에 서사시가 있었는가 하는 물음은 서구 정의를 기준으로 삼는 한 부정적으로 답해지기 쉬워, 정의 자체의 문화적 편향을 검토해야 합니다. 서사시는 무사이 여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기원(invocation), 사건의 중간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인 메디아스 레스(in medias res), 확장된 직유 등 정형화된 관습적 장치를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형식적 특징이 뚜렷하다. 서사시는 신이나 초자연적 존재의 개입을 서사 전개의 정당한 원인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 인간 행위자의 심리적 동기만으로 사건을 설명하려는 근대 소설의 인과 논리와 대비된다.
주의할 점
서사시는 단순히 '긴 시'를 뜻하지 않으며, 영웅적 주제와 형식적 관습(뮤즈의 호출, 열거법 등)을 갖춘 장르로 규정된다.
구전 서사시(호메로스 서사시 등)와 문자로 창작된 후대의 문학적 서사시(밀턴의 <실낙원> 등)는 형식적 관습을 공유하면서도 창작 방식과 구전-기록의 매체적 조건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