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반 (supervenience)
쉽게 풀면
도덕적 속성은 자연적 속성에 '수반'한다고 말해진다. 즉, 두 행위가 자연적 사실 면에서 완전히 동일하다면 도덕적 평가도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동일한 도덕적 속성(예: '옳음')이 서로 다른 자연적 속성들에 의해 실현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 속성이 특정 자연적 속성으로 완전히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이 개념은 도덕적 실재론자들이 자연주의적 환원 없이도 도덕과 자연 세계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자주 활용된다.
왜 중요한가
한 속성의 집합(예: 심적 속성)이 다른 속성의 집합(예: 물리적 속성)에 변화 없이는 변할 수 없도록 의존하는 관계인 수반으로, 환원 없이도 두 층위 사이의 밀접한 의존관계를 표현할 수 있어 비환원적 물리주의의 핵심 도구로 쓰인다. 수반 개념은 도덕적 속성이 자연적 속성으로 완전히 환원되지 않으면서도 자연적 속성과 무관하게 제멋대로 변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설명해, 윤리적 비자연주의자들이 도덕적 속성의 독자성과 자연 세계에 대한 의존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활용된다.
핵심 정리
- A 속성들이 B 속성들에 수반한다는 것은, B 속성에서 차이가 없다면 A 속성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A에서 다르려면 B에서 달라야 한다”고 읽을 수 있습니다.
- 대표 사례는 두 가지입니다. 윤리학에서는 두 행위가 모든 자연적 측면에서 같으면 도덕적 평가도 같다는 주장(헤어, 1952가 이 용어를 윤리학에 도입했다고 흔히 이야기됩니다)이고, 심리철학에서는 두 존재가 물리적으로 똑같으면 심적 상태도 똑같다는 주장(데이비슨, 1970)입니다.
- 수반에는 강도에 따라 약한 수반(각 가능세계 안에서만 성립), 강한 수반(가능세계를 가로질러 성립), 전역적 수반(세계 전체의 단위에서 성립)이 구분됩니다(김재권, 1984).
- 수반은 환원이나 동일성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같은 도덕적 속성이나 심적 속성이 서로 다른 자연적·물리적 기반에서 실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시로 보기
- 그림과 감상(가상의 예): 두 그림이 물감 한 점까지 똑같다면 한 쪽만 아름답고 다른 쪽은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미적 속성이 물리적 속성에 수반한다는 주장입니다. 이것이 아름다움을 물감 배치로 정의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 도덕: 같은 상황에서 같은 동기로 같은 행동을 한 두 사람의 평가가 달라진다면 어떤 자연적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도덕적 실재론자와 비실재론자 모두가 대체로 받아들이는 비교적 약한 제약이라 흔히 쓰입니다.
- 마음: 비환원적 물리주의는 심적 속성이 물리적 속성에 수반하되 환원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김재권(1998)은 이 입장에서 심적 속성이 독자적 인과력을 가지려 하면 물리적 원인과 중복(과잉결정)된다는 배제 논증을 제기했습니다.
자주 하는 오해
- 수반은 설명이 아닙니다. 수반은 속성 사이의 공변 패턴을 서술할 뿐, 왜 그런 의존이 성립하는지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설명하려면 구성, 실현, 근거 등 다른 개념이 필요합니다.
- 환원과 같지 않습니다. 환원은 정의나 동일성을 요구하고, 수반은 변화의 의존만 요구합니다. 그래서 수반은 환원보다 약합니다.
- 수반은 인과가 아닙니다. 기반 속성이 상위 속성을 시간적으로 일으킨다는 주장이 아니라 동시적인 의존입니다.
- 비대칭성은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습니다. 형식적 정의만으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수반하는 경우도 있어, 일방적 의존이라는 직관은 수반 정의에 더해진 별도의 가정입니다.
- 일상어 ‘수반하다’(함께 따라오다)와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실제 논문에서
국내 학술지 논문에서 이 용어가 쓰인 문장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제목·학술지·연도와 원문 링크를 함께 적었습니다.
“따라서 이것을 하나의 윤리학적 원리로 상정하기 위해서는 심리철학을 중심으로 한 물리주의적 인과에 대한 동의와 정신의 인과력을 지킬 수 있는 수반과 같은 개념적 장치들을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 이를 검토하였다.”
스포츠에서 페어플레이의 정당화: 윤리적 수반, 움직임의 철학 : 한국체육철학회지, 2015 · KCI 한국학술지인용색인 · 원문 보기 ↗
예시 문장
아래는 용어의 쓰임을 보여 주려고 만든 예시로, 실제 논문에서 가져온 문장이 아닙니다.
도덕적 속성과 자연적 속성 사이의 비대칭적 의존 관계를 설명하는 수반 개념의 활용을 보여준다.
수반이 비환원적 물리주의의 핵심 도구이면서도 심적 인과를 설명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김재권의 대표적 비판을 보여 줍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수반은 의존의 방향과 강도를 표현할 뿐 왜 그런 의존관계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으므로, 수반 관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과 그 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로 남는다. 수반은 두 사물이 자연적 속성에서 완전히 동일하다면 도덕적 속성도 동일해야 한다는 원리이므로, 같은 자연적 사실을 가진 두 행위가 도덕적으로 다르게 평가될 수는 없지만 반대로 도덕적 속성이 자연적 속성으로 환원되어 정의된다는 것을 함축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환원과 구별되는 더 약한 의존 관계다.
주의할 점
수반 관계를 인정한다고 해서 곧바로 도덕적 속성이 자연적 속성으로 완전히 환원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헷갈리기 쉬운 용어
| 용어 | 무엇인가 | 수반과의 관계 |
|---|---|---|
| 환원 | 상위 속성을 하위 속성으로 정의하거나 동일시함 | 수반보다 강한 관계. 수반은 환원 없이도 성립 |
| 창발론 | 복잡한 체계에 구성 요소로 예측할 수 없는 새 속성이 생긴다는 입장 | 수반과 양립하는 경우가 많으나 같은 주장은 아님 |
| 다중 실현 가능성 | 같은 심적 상태가 서로 다른 물리 구조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논제 | 수반이 환원을 함축하지 않는 주요 이유 |
| 물리주의 |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물리적이라는 입장 | 수반은 물리주의를 정식화하는 한 방식 |
참고 문헌
- Kim, J. (1984). Concepts of supervenience. Philosophy and Phenomenological Research, 45(2), 153–176.
- Davidson, D. (1970). Mental events. In L. Foster & J. W. Swanson (Eds.), Experience and Theory. University of Massachusetts Press.
- Kim, J. (1998). Mind in a Physical World: An Essay on the Mind-Body Problem and Mental Causation. MIT Press.
- Hare, R. M. (1952). The Language of Morals. Clarendon Press.
표의 기준값은 위 문헌에 근거한 관례이며, 분야·학술지마다 다른 기준을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