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인용 (Zombie Citation)

윤리·출판
한 줄 정의: 부정행위나 오류로 공식 철회된 논문이, 철회 사실을 모르거나 무시한 후속 연구자들에 의해 철회 이후에도 계속 인용되는 현상입니다.

쉽게 풀면

어떤 논문이 데이터 조작으로 밝혀져 학술지가 공식적으로 "이 논문은 무효입니다"라고 선언했다고 해봅시다. 상식적으로는 그 순간부터 아무도 이 논문을 근거로 삼지 않아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논문 관리 프로그램에 이미 저장해둔 참고문헌 목록을 그대로 재사용하거나, 원 논문의 철회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선행 연구에 따르면"이라며 계속 인용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심지어 철회된 지 10년이 지난 논문이 여전히 매년 새로운 논문에 인용되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마치 죽은(철회된) 논문이 좀비처럼 계속 학술 문헌 속을 돌아다니는 셈이라서 "좀비 인용"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왜 중요한가

좀비 인용은 개별 논문 하나의 문제를 넘어, 철회된 결과가 후속 연구의 이론적 근거나 임상적 권고로 계속 흘러들어가 학문 전체의 신뢰성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윤리와 메타연구(meta-research) 분야의 중요한 주제로 다뤄집니다. 특히 의학처럼 인용된 결과가 실제 진료 지침이나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는, 철회 정보가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후속 문헌에 반영되는지가 연구 생태계의 자정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인용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메타분석 대상 문헌 중 3편은 이미 철회된 논문이었으며, 이 중 2편은 철회 공지가 게재된 이후에 출판된 논문에서도 철회 사실에 대한 언급 없이 인용되고 있었다."

이 문장은 연구자가 자신의 메타분석에 포함시킬 문헌들을 점검하다가, 이미 철회된 논문임에도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채 계속 인용되고 있는 좀비 인용 사례를 직접 발견해 보고했다는 뜻입니다.

"인용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 철회된 논문에 대한 긍정적 인용의 비율은 철회 이후에도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부 분야에서는 인용 건수가 꾸준히 유지되었다."

과학계량학(scientometrics) 연구에서는 대규모 인용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철회 사실이 실제로 인용 행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량적으로 추적한다는 맥락으로 이 표현이 사용됩니다.

"임상진료지침 개정판에서도 철회된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 문헌으로 계속 인용하고 있어, 진료 권고의 근거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의학 및 보건정책 연구에서는 철회된 연구가 실제 진료 지침이나 정책 문서에까지 좀비처럼 남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낼 때 이런 표현을 씁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좀비 인용이 반복되는 구조적 원인 중 하나는, 논문 데이터베이스마다 철회 정보를 반영하는 시점과 방식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어떤 데이터베이스는 철회된 논문에 명확한 경고 표시를 즉시 붙이지만, 다른 곳은 갱신이 늦거나 표시 자체가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연구자들이 참고문헌 관리 프로그램에 한 번 저장해 둔 문헌 정보를 재사용하는 관행도 철회 사실이 새로 반영되지 않은 채 계속 전달되는 원인이 됩니다.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최근에는 논문의 철회 여부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표시하는 크로스레프(Crossref)의 철회 워치(Retraction Watch) 데이터베이스 연동이나, 인용 시점에 자동으로 철회 상태를 검사해주는 도구들이 연구윤리 논문에서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주의할 점

좀비 인용은 인용한 저자의 고의적인 부정행위라기보다는, 논문철회 정보가 데이터베이스마다 제각각 반영되고 문헌관리 프로그램에 자동으로 업데이트되지 않아 생기는 구조적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자는 인용하려는 문헌이 철회되지 않았는지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으며, 철회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삼은 논문은 그 결론의 신뢰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우려표명이 붙은 논문 역시 철회 전 단계이므로 같은 이유로 주의해서 인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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