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주관성 (intersubjectivity)
쉽게 풀면
상호주관성은 세계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가 사실은 나 혼자만의 경험이 아니라, 나와 타인들이 서로의 경험을 인정하고 공유함으로써 성립한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후설은 유아론(오직 나만이 존재한다는 극단적 회의)을 극복하기 위해 타자의 경험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지를 상호주관성 개념을 통해 설명하려 했다.
이는 이후 사회학, 심리학, 의사소통이론 등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응용되는 개념이 되었다. 공동체적 의미 형성의 기초를 설명하는 중요한 철학적 개념이다.
가령 내가 책상 위의 컵을 앞에서만 보고 있어도 그것이 하나의 완전한 사물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뒷면을 볼 수 있다는 암묵적 전제, 즉 타자의 관점이 나의 지각 속에 이미 함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왜 중요한가
주관적 경험이 고립된 개인 안에 갇히지 않고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공유되고 검증되는 상호주관성으로, 후설 현상학에서 유아론의 위험을 극복하고 객관적 세계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 중요하게 다뤄진다.
핵심 정리
- 상호주관성은 여러 주체가 서로를 경험의 주체로 인정하고, 세계가 모두에게 공통으로 주어진다고 의식하는 구조를 가리킵니다. 여기서 ‘객관적’ 세계는 한 사람의 의식을 넘어 다른 주체에게도 접근 가능한 세계라는 뜻이 됩니다.
- 후설은 『데카르트적 성찰』(프랑스어판 1931, 독일어 원문은 전집 1권으로 1950)의 제5성찰에서, 나의 의식에서 출발해 타자의 경험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이려 했습니다. 타자의 몸은 나의 몸과 짝을 이루어(짝짓기) 또 하나의 몸-주체로 파악된다고 설명합니다.
- 이렇게 구성된 타자 경험을 바탕으로 공통 세계, 곧 객관적 세계가 구성됩니다.
- 같은 말이 두 가지 층위에서 쓰입니다. 철학(현상학)에서는 타자 경험과 객관성의 구성을 다루고, 심리학에서는 영아가 타인과 정서와 주의를 나누는 능력(트레바덴의 일차·이차 상호주관성)을 가리킵니다.
예시로 보기
- 컵의 뒷면(가상의 예): 나는 컵의 앞면만 보지만 컵을 ‘뒷면도 있는 하나의 사물’로 경험합니다. 후설식으로 말하면 그 뒷면은 다른 주체가 볼 수 있는 면이기도 하며, 이 가능성이 객관성의 의미에 포함됩니다.
- 공동 주의(발달심리): 아기가 어른이 가리키는 장난감을 함께 바라보는 행동은 대상을 ‘같이 본다’는 경험의 초기 형태로 해석됩니다. 이는 철학적 상호주관성 논의와 이어지는 경험적 연구 주제입니다.
- 질적 연구: 연구자와 참여자가 서로의 경험을 이해하는 과정을 상호주관적이라 부르며, 해석의 타당성 확보 논의와 연결됩니다.
자주 하는 오해
- ‘여러 사람이 같은 의견’이 아닙니다. 합의는 상호주관성이 있을 때 가능한 결과 중 하나이지, 상호주관성 그 자체가 아닙니다.
- 유아론의 극복 여부는 논쟁적입니다. 후설이 자아에서 출발해 타자 경험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이것이 유아론을 넘어선 것인지 그 안에 머문 것인지를 두고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하이데거는 공동존재(Mitsein)를, 메를로퐁티는 몸을 통한 직접적 관계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 방법론적 ‘상호주관적 일치’와 구별해야 합니다. 자연과학 방법론에서 여러 관찰자가 같은 결과를 얻는다는 의미의 간주관성은 철학적 개념과 이름만 같고 쓰임이 다릅니다.
- 상호주관성은 타자를 ‘나와 유사한 대상’으로 추론하는 일과 다르다는 입장이 많습니다. 자하비(2001)는 타자는 추론이 아니라 체화된 상호작용 속에서 직접 만난다는 관점을 정리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실제 논문에서
국내 학술지 논문에서 이 용어가 쓰인 문장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제목·학술지·연도와 원문 링크를 함께 적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상호주관성의 의미를 드러내고 이는 곧 현상학이 함축하는 신체-주체적 자유로서 기존 자유 개념의 한계를 어떻게 넘어서는지 해명할 수 있을 것이다.”
관광학에서 인간의 주관성에 관한 현상학적 접근, 관광학연구, 2023 · KCI 한국학술지인용색인 · 원문 보기 ↗
예시 문장
아래는 용어의 쓰임을 보여 주려고 만든 예시로, 실제 논문에서 가져온 문장이 아닙니다.
객관성이 개인 의식이 아니라 여러 주체 간의 관계 속에서 성립한다는 상호주관성 개념을 설명한다.
아기가 다른 사람과 같은 대상에 주의를 함께 기울이는 행동을,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는 능력이 자라나는 초기 증거로 보고 관찰했다는 뜻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상호주관성은 단순히 여러 주관이 동일한 대상을 인식한다는 사실적 확인을 넘어, 타자를 또 다른 주체로서 근원적으로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탐구하는 현상학적 개념이라는 점에서 사회학적 개념과 구분된다. 후설은 '데카르트적 성찰'에서 타자 경험이 나의 신체와 유사한 타인의 신체에 대한 유비적 통각(감정이입)을 통해 성립한다고 설명했으나, 이 설명이 유아론을 완전히 극복했는지는 이후 논쟁거리로 남았다.
주의할 점
상호주관성 개념은 개인의 경험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이 타자와의 관계를 전제로 성립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임에 유의해야 한다. 상호주관성은 여러 사람이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을 뜻하지 않으며, 서로를 동등한 경험 주체로 인정하는 근원적 관계 맺음 자체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단순한 공존과 구분해야 한다.
헷갈리기 쉬운 용어
| 용어 | 무엇인가 | 상호주관성과의 관계 |
|---|---|---|
| 유아론 | 확실한 것은 나의 마음뿐이라는 입장 | 상호주관성 논의가 극복하려는 문제 |
| 생활세계 | 이론 이전에 공동체가 공유하는 경험의 지평 | 생활세계는 본질적으로 상호주관적인 세계 |
| 타자 | 자아와 환원되지 않는 다른 주체 | 상호주관성은 타자 경험이 성립하는 구조를 다룸 |
| 공동 주의 | 두 사람이 같은 대상에 함께 주의를 기울이는 일 | 발달심리에서 상호주관성의 지표로 쓰임 |
참고 문헌
- Husserl, E. (1950). Cartesianische Meditationen und Pariser Vorträge (Husserliana I). Martinus Nijhoff.
- Zahavi, D. (2001). Beyond empathy: Phenomenological approaches to intersubjectivity. Journal of Consciousness Studies, 8(5–7), 151–167.
- Trevarthen, C. (1979). Communication and cooperation in early infancy: A description of primary intersubjectivity. In M. Bullowa (Ed.), Before Speech: The Beginning of Interpersonal Communica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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