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포르멜 (Art Informel)
쉽게 풀면
정해진 모양 없이 물감을 자유롭게 흘리고 두껍게 발라서, 전쟁이 끝난 뒤의 불안한 마음을 표현한 유럽의 추상미술 흐름이에요.
왜 중요한가
앵포르멜은 1951년 비평가 미셸 타피에가 명명한 전후 유럽의 비정형 추상으로, 볼스·포트리에·뒤뷔페·마티외·아르퉁 등이 기하학적 추상과 재현 양쪽을 거부하고 물질·몸짓·우연을 통해 전쟁 이후의 실존적 상황을 표현했습니다. 미국 추상표현주의와의 동시성·경쟁 관계, 냉전기 문화 외교, 유럽 전후 미술의 독자성을 논할 때 핵심이며, 한국의 앵포르멜 수용(1950년대 후반 현대미술가협회)은 한국 현대미술사 서술의 중요한 국면입니다.
핵심 주장
앵포르멜(informel)은 “형태(form)가 없다”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왔습니다. 비평가 미셸 타피에(Michel Tapié)가 1950년대 초 전시와 저서(Un art autre, 1952)를 통해 알린 이 이름은, 미리 계획한 구도와 기하학적 질서를 그림의 바탕으로 삼지 않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 구성보다 행위: 화면은 미리 짠 설계의 결과가 아니라 물감을 흘리고 바르고 긁는 과정에서 생깁니다.
- 이미지보다 물질: 두껍게 쌓인 물감, 모래·석고 같은 재료의 질감이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닙니다.
- 우연의 수용: 의도하지 않은 흔적을 결함이 아니라 표현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이 주장은 전쟁 직후 유럽의 분위기, 곧 기존의 질서와 이상적 형식에 대한 불신과 맞물려 읽혀 왔습니다.
근거와 대표 연구
앵포르멜 논의는 크게 세 갈래의 근거 위에 서 있습니다.
| 갈래 | 내용 |
|---|---|
| 작품 | 장 포트리에, 장 뒤뷔페, 볼스, 조르주 마티외, 한스 아르퉁 등이 자주 거론됩니다. 이들의 화면은 두꺼운 물질감, 격렬한 붓놀림, 형체가 풀어진 구성 같은 특징을 공유한다고 설명됩니다. |
| 비평 | 타피에의 Un art autre(1952)가 대표적인 1차 문헌이며, 같은 대상을 다른 이름(타시즘, 서정적 추상 등)으로 부른 비평가들의 글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
| 미술사 연구 | 전후 파리 미술과 실존주의의 관계를 다룬 연구(예: Morris, 1993의 전시 도록)가 앵포르멜을 시대 정신과 연결해 해석하는 근거로 쓰입니다. |
한국에서는 1950년대 후반 이후 박서보, 김창열 등의 작업이 앵포르멜과 관련해 자주 논의되며, 수용 경로가 프랑스에서 직접인지 일본·미국을 거친 것인지가 연구 쟁점입니다.
비판과 한계
- 범위가 느슨합니다. 앵포르멜은 작가 집단이 선언문으로 시작한 운동이 아니라 비평가의 용어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작가를 포함할지가 글마다 달라지고, 타시즘·서정적 추상과의 경계도 흐립니다.
- 실존주의 해석의 과잉. “전쟁의 불안을 담았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지만, 작가 개개인의 의도를 시대 분위기 하나로 환원할 위험이 있습니다.
- 비교의 틀. 미국 추상표현주의와의 대비는 유용하지만, 한쪽을 기준으로 다른 쪽을 평가하면 각자의 맥락이 가려집니다.
논문에서는 어떤 정의와 작가 범위를 따르는지 먼저 밝히고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실제 논문에서
국내 학술지 논문에서 이 용어가 쓰인 문장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제목·학술지·연도와 원문 링크를 함께 적었습니다.
“먼저 임충섭이 한국에서 작가로서 본격적인 경력을 쌓게 되는 1960년대 중반부터 미국으로 이주한 초기인 1970년대까지의 작업을 조망하고, 여기서 나타나는 다양한 매체와 재료 실험을 앵포르멜, 실험미술, 포스트미니멀리즘 등 한국과 미국의 여러 미술 경향과의 관계에서 분석한다.”
공간의 기억과 시간의 축적 : 임충섭의 매체 실험에 나타나는 사회문화적, 지정학적, 미술사적 층위, 한국근현대미술사학(구 한국근대미술사학), 2023 · KCI 한국학술지인용색인 · 원문 보기 ↗
예시 문장
아래는 용어의 쓰임을 보여 주려고 만든 예시로, 실제 논문에서 가져온 문장이 아닙니다.
앵포르멜은 형식적 사전 계획을 거부하고 물성 있는 질감과 즉흥적 몸짓을 선호했으며, 이는 전후 트라우마에 대한 실존주의적 대응이었다는 뜻이다.
계획된 형식 대신 즉흥적 재료 표현을 중시한 앵포르멜의 조형 태도를 보여주는 예이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앵포르멜, 타시즘, 서정적 추상, '다른 예술(art autre)'은 겹치는 대상을 다른 비평가가 다른 이름으로 부른 것이며, 타피에의 '다른 예술'은 앵포르멜보다 넓은 개념이었습니다. 미국 추상표현주의에 비해 앵포르멜은 화면이 작고 물질성이 강하며 실존주의·현상학과의 연관이 더 직접적이었으므로 단순히 '유럽판 추상표현주의'로 보면 안 됩니다. 한국 앵포르멜이 프랑스에서 직접 수용된 것인지 일본과 미국을 경유했는지는 여전히 연구 쟁점입니다.
주의할 점
앵포르멜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와 흔히 비교되지만, 유럽의 실존주의 철학적 맥락과 전쟁의 폐허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했다는 차이를 함께 이해해야 한다.
앵포르멜은 기하학적 형태나 사전 구성을 거부하고 물감의 물성과 우연적 흔적을 강조하므로, '형태 없음(informel)'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 반형식적 태도를 직접 가리킨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헷갈리기 쉬운 용어
같은 시기·같은 경향을 가리키는 이름이 여럿이라 혼동하기 쉽습니다.
| 용어 | 무엇을 가리키나 | 앵포르멜과의 관계 |
|---|---|---|
| 타시즘 | 프랑스어 tache(얼룩)에서 온 말로, 얼룩·반점 같은 즉흥적 붓 자국을 강조하는 경향 | 앵포르멜의 하위 개념으로 다뤄지거나 거의 같은 대상을 달리 부르는 이름 |
| 서정적 추상 | 기하학적 추상과 구별되는, 감성·즉흥성 중심의 추상 | 앵포르멜을 포함하는 상위 갈래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음 |
| 추상표현주의 | 1940~50년대 미국(뉴욕)의 추상회화 경향 | 시기가 겹치지만 지역·맥락이 다름. “유럽판 추상표현주의”로 단순화하면 안 됨 |
| 추상미술 | 재현적 형상을 벗어난 미술 전체 | 앵포르멜은 그 안의 한 경향 |
정확한 분류는 문헌마다 다르므로, 인용하는 글의 용어 사용을 따라 적습니다.
참고 문헌
- Tapié, M. (1952). Un art autre. Gabriel-Giraud.
- Morris, F. (Ed.). (1993). Paris Post War: Art and Existentialism 1945–55. Tate Gallery.
표의 기준값은 위 문헌에 근거한 관례이며, 분야·학술지마다 다른 기준을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