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 이론 (Bundle Theory)
쉽게 풀면
다발 이론은 대상이란 '속성 없이 속성을 담고 있는 텅 빈 그릇' 같은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여러 속성들의 묶음 자체라고 보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사과는 빨강, 둥긂, 달콤함 같은 속성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함께 뭉쳐 있는 것 그 자체이며, 이 속성들을 떠받치는 별도의 '재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왜 중요한가
다발 이론은 흄이 발전시킨 형이상학 입장으로, 실체란 속성을 담는 별도의 기체(基體, substratum)가 아니라 속성들의 다발 그 자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로크식 실체 개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개체의 동일성과 속성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지에 관한 형이상학 논쟁에서 실체-속성 이론과 대립하는 주요 축입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다발 이론이 속성들을 담아내는 신비로운 기체(substratum) 개념을 인정하지 않고, 속성들의 묶음만으로 대상의 존재를 설명하려는 시도임을 보여준다.
다발이론의 설명력을 사례를 통해 검토한 연구이다.
조금 더 깊게 보면
다발 이론은 왜 특정 속성들이 하나의 다발로 함께 묶이는지, 그리고 완전히 동일한 속성을 지닌 두 개체를 어떻게 수적으로 구별할 것인지(식별불가능자의 동일성 원리와의 관계)를 설명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합니다. 이에 대응해 각 속성 사례를 개별화하는 '트로프(trope)' 개념을 도입한 트로프 다발 이론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합니다. 다발 이론이 마주하는 대표적 난점은 완전히 동일한 속성 다발을 가진 두 개별자가 원리상 있을 수 있는지(식별불가능자 동일성의 원리)를 둘러싼 것으로, 맥스 블랙은 완전히 동질적인 대칭 우주(구별되지 않는 두 구체만 존재하는 우주 등)를 예로 들어 순수한 속성 다발만으로는 개별성을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비판에 대응해 일부 다발 이론가는 시공간적 위치 자체를 하나의 속성으로 포함시켜 개별화 문제를 우회하려 한다.
주의할 점
다발 이론은 식별불가능자의 동일성 원리와 결합할 때, 완전히 같은 속성을 가진 두 대상은 곧 동일한 하나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문제(막스 블랙의 반례)에 직면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다발 이론은 흄이 자아 개념에 적용한 유명한 논변('내성해도 지각의 다발만 발견될 뿐 그것을 소유하는 별도의 자아는 발견되지 않는다')과 밀접히 연관되지만, 흄 자신의 논의는 인격 동일성이라는 더 좁은 맥락에 한정되어 있었다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