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남용금지 (Prohibition of Abuse of Rights)
쉽게 풀면
내 땅이라고 해서 이웃에게 피해를 주기 위한 목적만으로 높은 담을 쌓는 것처럼, 겉으로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을 괴롭히려는 목적이 뚜렷한 경우 법은 그 권리 행사를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왜 중요한가
권리남용금지는 조문상 요건을 모두 갖춘 권리행사를 법원이 마지막 단계에서 제어하는 장치여서, 토지 소유자의 건물철거 청구나 상표권자의 침해금지 청구처럼 '권리는 있으나 결과가 지나친' 사건을 분석할 때 핵심 쟁점이 됩니다. 판례 연구에서는 법원이 어떤 사정을 근거로 남용을 인정했는지, 그 빈도가 시대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신의성실의 원칙의 기능을 측정하는 지표로 쓰입니다.
핵심 정리
- 근거 조문은 한국 민법 제2조입니다. 제1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제2항은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라고 정합니다. 조문은 요건과 효과를 적지 않아, 구체적인 기준은 판례가 채웁니다.
- 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2다62319, 62326 판결은 권리남용이 되려면 주관적으로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어야 하고, 객관적으로 그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 같은 판결은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한 권리행사자가 얻는 이익보다 상대방이 잃을 손해가 현저히 크다는 사정만으로는 권리남용이라 할 수 없고, 권리남용 여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민법 제2조 제1항의 신의성실의 원칙과 같은 조문에 놓여 있어, 판결문과 논문에서 두 원칙이 함께 주장되는 일이 많습니다.
- 이 설명은 한국 민법과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한 학술적 정리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예시로 보기
위 2002다62319, 62326 판결의 사안을 보면 기준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 건물이 신축되고 있던 토지를 임의경매 절차에서 낙찰받은 사람이 소유권을 취득한 뒤, 완공된 건물의 철거와 토지 인도를 청구했습니다.
- 건물 쪽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건물이 신축 중임을 알면서 낙찰받고는 철거를 구하는 것은 토지 소유자가 얻는 이익보다 건물의 손실이 월등히 많고 사회경제적 손실도 가져오므로 권리남용이라고 다투었습니다.
- 법원은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철거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손해가 크다는 것과 권리남용이 성립한다는 것은 같지 않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논문에서는 이처럼 ‘이익과 손해의 크기 비교’와 ‘가해 목적’ 가운데 법원이 무엇을 결정적으로 보았는지를 사건 유형별로 나누어 분석하는 방식이 흔합니다.
자주 하는 오해
| 오해 | 바로잡기 |
|---|---|
| 상대방 손해가 훨씬 크면 권리남용이다. | 위 대법원 판결은 손해가 현저히 크다는 사정만으로는 권리남용이라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
| 민법에 권리남용의 요건이 적혀 있다. | 민법 제2조 제2항은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는 한 문장입니다. 요건은 판례와 학설이 구체화합니다. |
| 한 판결의 기준이 모든 사건에 기계적으로 적용된다. | 판례 스스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권리의 종류와 사건 유형에 따라 판단 요소가 달리 논의됩니다. |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실제 논문에서
국내 학술지 논문에서 이 용어가 쓰인 문장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제목·학술지·연도와 원문 링크를 함께 적었습니다.
“즉 대법원은 보험계약상 소멸시효기간의 도과로 인한 보험금청구권 등의 소멸에 관한 보험자 측의 주장에 관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상법상 보험금청구권 등의 소멸시효와 보험계약자보호에 관한 연구, 법학연구, 2018 · KCI 한국학술지인용색인 · 원문 보기 ↗
“끝으로 국제거래법의 영역에서도 특히 독립적 은행보증의 경우에는 권리남용적 청구가 많았고 이미 국제적으로 판례법이 확고히 형성되어 있으므로 국내의 판례법 역시 이를 따르고 있고 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상법학의 과제와 전망 — 지난 31년을 회고하며 —, 경영법률, 2022 · KCI 한국학술지인용색인 · 원문 보기 ↗
예시 문장
아래는 용어의 쓰임을 보여 주려고 만든 예시로, 실제 논문에서 가져온 문장이 아닙니다.
이 문장은 특허권처럼 정당한 권리라도 그 행사 목적이 경쟁자를 배제하려는 데 있을 때 권리남용금지 법리로 통제할 수 있는지를 다루는 지식재산권법·경쟁법 논문에서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권리자에게 정당한 이익이 없고 상대방을 해치려는 목적만 있는 경우 권리남용이 인정되는 전형적 사례를 보여준다.
권리자에게 정당한 이익이 없고 상대방을 해치려는 목적만 있는 경우 권리남용이 인정되는 전형적 사례를 보여준다.
조금 더 깊게 보면
권리남용은 권리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행사만을 차단하는 것이므로, 남용이 인정되어도 권리자는 다른 방식으로 권리를 실현할 여지가 남습니다. 흔한 오해는 '상대방 손해가 크면 남용'이라는 단순 비교인데, 법원은 권리자에게 정당한 이익이 없는지와 가해 목적이 있는지를 함께 보는 경향이 있어 손해의 크기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또 일반조항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개별 규정의 예측가능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있어, 학설은 보충적 적용을 강조합니다.
주의할 점
권리남용이 인정되려면 단순히 권리자에게 이익이 없고 상대방에게 손해가 크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판례상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로지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는 주관적 요건까지 폭넓게 고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헷갈리기 쉬운 용어
민법 제2조 주변에서 함께 쓰이는 용어입니다.
| 용어 | 근거 | 내용 |
|---|---|---|
| 권리남용금지 | 민법 제2조 제2항 |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
| 신의성실의 원칙 | 민법 제2조 제1항 |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
참고 문헌
- 대한민국 민법 제2조(신의성실) (법률 제471호, 1958. 2. 22. 제정).
- 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2다62319, 62326 판결.
- Kim, Jewan (2019). 고의ㆍ중과실 공무원 개인의 배상책임에 있어서 소멸시효와 권리남용. Democratic Legal Studies, 69, 9–52.
표의 기준값은 위 문헌에 근거한 관례이며, 분야·학술지마다 다른 기준을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