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주의 (paternalism)
쉽게 풀면
온정주의는 마치 부모가 자녀를 위해 결정을 대신 내리듯, 국가나 타인이 당사자의 동의 없이 '너를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나 특정 약물 규제가 대표적인 온정주의적 정책의 예로 논의된다. 밀은 해악 원칙을 통해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기 자신에 대한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며 온정주의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자유주의와 개인의 자율성 논의에서 핵심적인 쟁점으로 다뤄진다.
왜 중요한가
본인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그 사람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나 타인이 개입하는 온정주의로, 밀의 위해원칙이 원칙적으로 배제하려 했던 개입 유형이면서도 안전벨트 의무화처럼 널리 받아들여지는 정책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온정주의 논쟁은 개인의 자율적 선택권과 그 선택으로부터 당사자를 보호하려는 사회적 관심이 충돌하는 지점(안전벨트 의무화, 마약 규제 등)에서 국가 개입의 정당한 범위를 가늠하는 핵심 기준으로 활용된다.
핵심 정리
- 드워킨(1972)은 온정주의를 본인의 복지·선·이익·가치를 위해 그의 행동의 자유에 간섭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핵심은 간섭의 이유가 본인 자신을 위함이라는 점입니다. 타인에 대한 해악을 막는 규제는 온정주의가 아닙니다.
- 파인버그(1986)의 구분: 연성(soft)은 선택이 충분히 자발적이지 않거나 정보가 부족할 때만 개입하고, 경성(hard)은 자발적이고 정보에 근거한 선택에도 개입합니다. 경성이 밀의 해악 원칙과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 드워킨은 순수 온정주의(보호받는 집단과 제한받는 집단이 같음, 예: 운전자 본인을 위한 의무)와 불순 온정주의(제3자의 자유를 제한해 본인을 보호, 예: 위험 상품 판매 금지)도 구분합니다.
- 행위자는 국가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의사, 부모, 고용주, 플랫폼도 온정주의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 탈러와 선스타인(2003, 2008)은 선택지를 막지 않고 기본값이나 표시 방식을 바꾸어 선택을 유도하는 접근을 자유주의적 온정주의(넛지)라 부릅니다. 이들은 이를 온정주의의 한 종류로 규정하며 강제성이 약하다고 주장하지만, 조작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Hausman & Welch, 2010).
예시로 보기
몇 가지 정책을 가상의 분류 연습으로 살펴봅니다. 분류는 학계에서 합의된 판정이 아니라 위 구분을 적용한 한 예이며, 같은 정책도 이유에 따라 다르게 분류될 수 있습니다.
| 정책·행위 | 유형 | 분류 이유 |
|---|---|---|
| 담뱃갑에 건강 경고 문구 의무화 | 연성(정보 제공) | 자발적 선택을 막지 않고 정보 부족을 보완 |
| 성인의 흡연 전면 금지 | 경성 | 충분히 자발적이고 정보에 근거한 선택에도 개입 |
| 장기기증 의사 표시에서 ‘동의’를 기본값으로 설정(거부 가능) | 자유주의적 온정주의 | 선택지는 열려 있고 기본값만 변경 |
| 아동의 필수 예방접종 | 아동 대상 개입 | 판단 능력이 미성숙한 대상이라 별도로 정당화 논의 |
| 의사가 말기 진단을 환자에게 알리지 않음 | 의료 온정주의 | 본인 이익을 이유로 정보 접근을 제한, 알권리와 충돌 |
개입의 정당성을 따질 때 점검할 질문: ① 누가 누구를 위해 개입하는가, ② 대상자의 선택은 자발적이고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가, ③ 개입 방식은 강제인가 유도인가 정보 제공인가, ④ 목적을 달성할 덜 침해적인 대안이 있는가.
자주 하는 오해
| 오해 | 바로잡기 |
|---|---|
| 온정주의는 모두 부당하다. | 판단 능력이 온전하지 않은 경우(아동, 인지 손상 등)에 대한 개입은 별도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며, 성인에 대한 경성 개입에서 논쟁이 큽니다. |
| 넛지는 온정주의가 아니다. | 탈러와 선스타인 자신이 온정주의의 한 형태라고 규정합니다. 강제가 아니라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
| 안전을 위한 규제는 모두 온정주의이다. | 타인에게 위험을 주는 행위를 막는 규제는 해악 방지입니다. 본인만 위험한 경우에 온정주의가 됩니다. 한 규제에 두 이유가 섞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
| 온정주의는 국가의 일이다. | 의사-환자, 부모-자녀, 고용주-직원 관계에서도 나타납니다. |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실제 논문에서
국내 학술지 논문에서 이 용어가 쓰인 문장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제목·학술지·연도와 원문 링크를 함께 적었습니다.
“또한 온정주의와 공동체의 결정을 중시하는 것으로부터 개인의 자율성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던 일본 의료윤리 연구는 모두의 건강을 위한 방역과 개인 자유의 충돌이라는 문제에 직면하여 다시 고민에 빠지리라 예상된다.”
일본 의철학ㆍ의료윤리 연구의 현황과 과제 ― 일본 의학철학ㆍ윤리학회의 활동과 학술지 게재 논문을 중심으로, 의철학연구, 2021 · KCI 한국학술지인용색인 · 원문 보기 ↗
“본 연구는 행동경제학적 접근방식에 따른 규제정책관리의 주요 개념적 특징을 ①행동주의적 시장실패/공공선택론, ②자유주의적 온정주의, ③급진적 점증주의, ④무작위통제실험, ⑤숙고를 위한 넛지로 정리하였다.”
규제정책관리에 대한 행동경제학적 접근, 한국정책학회보, 2022 · KCI 한국학술지인용색인 · 원문 보기 ↗
예시 문장
아래는 용어의 쓰임을 보여 주려고 만든 예시로, 실제 논문에서 가져온 문장이 아닙니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자기 관련 행위에 대한 온정주의적 개입을 자유주의적으로 비판하는 논거를 보여준다.
이 문장은 같은 금연 정책 안에서도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하도록 돕는 개입과 성인의 자발적 선택 자체를 막는 개입은 온정주의 논쟁에서 다르게 취급된다는 뜻입니다. 온정주의를 논할 때 개입의 강도와 대상을 구분해야 함을 보여 줍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연성 온정주의(비합리적이거나 정보가 부족한 선택에만 개입)와 경성 온정주의(합리적이고 정보에 근거한 선택에도 개입)를 구분하지 않으면, 온정주의 정당화 논쟁의 전선이 모호해질 수 있다.
파인버그의 구분에 따르면 강성 온정주의는 충분히 자발적인 선택에도 당사자 보호를 이유로 개입하는 반면, 연성 온정주의는 무지·강박·판단능력 결여 등으로 선택의 자발성이 의심될 때에만 개입을 허용하므로 밀의 해악 원칙과의 긴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기본값 설정 등으로 선택지를 유지한 채 특정 선택을 유도하는 선스타인과 세일러의 넛지는 '자유주의적 온정주의(libertarian paternalism)'로 따로 불린다.
주의할 점
온정주의라고 해서 모두 부당한 것은 아니며, 판단 능력이 온전하지 않은 경우(아동, 인지 손상 등)에 대한 온정주의적 개입은 별도로 정당화될 수 있다.
헷갈리기 쉬운 용어
개입의 근거를 둘러싼 용어들입니다.
| 용어 | 개입 이유 | 비고 |
|---|---|---|
| 온정주의 | 본인의 이익 | 연성과 경성으로 나뉨 |
| 해악 원칙 | 타인에 대한 해악 | 밀의 원칙, 온정주의를 제한하는 기준 |
| 자유주의적 온정주의 | 본인의 이익 | 선택지를 유지한 채 유도 |
| 넛지 | 행동 유도 기법 | 자유주의적 온정주의의 대표 수단 |
| 사전동의(informed consent) | — | 의료 온정주의를 견제하는 절차 |
참고 문헌
- Dworkin, G. (1972). Paternalism. The Monist, 56(1), 64–84.
- Feinberg, J. (1986). Harm to Self. Oxford University Press.
- Thaler, R. H., & Sunstein, C. R. (2008). Nudge: Improving Decisions About Health, Wealth, and Happiness. Yale University Press.
- Sunstein, C. R., & Thaler, R. H. (2003). Libertarian paternalism is not an oxymoron. The University of Chicago Law Review, 70(4), 1159–1202.
- Hausman, D. M., & Welch, B. (2010). Debate: To nudge or not to nudge. The Journal of Political Philosophy, 18(1), 123–136.
표의 기준값은 위 문헌에 근거한 관례이며, 분야·학술지마다 다른 기준을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