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의 마약효과 (Narcotic Effect of Arbitration)
쉽게 풀면
진통제를 자주 쓰면 몸이 스스로 통증을 견디는 힘을 잃듯이, 교섭이 막힐 때마다 중재로 넘겨 버리면 노사는 스스로 접점을 찾는 훈련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중재는 제3자가 결론을 내려 주기 때문에 당사자로서는 양보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조합원이나 경영진에게 우리가 물러선 것이 아니라 중재인이 그렇게 정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편합니다. 그래서 한 번 중재를 경험한 교섭단위가 다음 교섭에서도 또 중재로 가는 비율이 높아지는데, 이를 마약효과라고 부릅니다.
왜 중요한가
마약효과는 이익중재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좋은 정책인지를 판단하는 핵심 근거입니다. 분쟁을 빨리 끝내는 대가로 자율교섭 역량이 훼손된다면 제도의 순편익이 달라지기 때문에, 공공부문 교섭 연구에서는 중재 이용률의 시계열 변화를 추적해 이 효과를 검증해 왔습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과거의 중재 경험이 이후 중재 이용을 늘린다는 결과로, 마약효과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검증할 때 쓰이는 대표적인 실증 방식입니다. 이전 교섭의 중재 이용 여부를 설명변수로 넣어 확인합니다.
중재에 기대는 비율이 누적적으로 늘지 않았다면 의존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뜻이므로, 마약효과를 반박하는 근거가 됩니다. 이 효과의 존재 여부는 자료와 부문에 따라 엇갈립니다.
중재인이 한쪽 안을 통째로 골라야 하는 방식은 극단적 요구의 위험을 키워 당사자가 스스로 합의하도록 압박한다는 설계 의도를 보여 줍니다. 부작용을 줄이려는 제도 대응의 사례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마약효과는 중재의 또 다른 부작용인 냉각효과와 짝을 이루어 논의됩니다. 냉각효과는 어차피 중재로 갈 것을 예상한 당사자가 미리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 입장을 유지해 교섭이 얼어붙는 현상이고, 마약효과는 중재 이용이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는 현상입니다. 두 부작용을 줄이려고 고안된 것이 최종제안 중재로, 중재인이 절충안을 만들지 못하게 해 무리한 요구의 비용을 키웁니다. 다만 실증 결과는 국가와 부문에 따라 엇갈립니다.
주의할 점
중재 신청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마약효과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제도가 알려지면서 이용이 느는 학습 효과나, 경기 악화로 분쟁 자체가 늘어난 영향과 구분해야 합니다. 교섭을 돕는 조정 단계의 이용 증가와 혼동하는 것도 흔한 오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