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 민족지 (Multispecies Ethnography)
쉽게 풀면
전통적인 민족지는 주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가'를 기록했습니다. 다종 민족지는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과 동물, 식물, 균류 등이 함께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기록합니다. 예를 들어 양봉업자와 꿀벌의 관계, 농부와 작물 병해충의 관계처럼 인간과 다른 생물종이 서로 얽혀 살아가는 모습을 현장에서 관찰하고 기술하는 방식입니다. 사람만 주인공이 아니라 다른 생물들도 이야기의 중요한 등장인물로 다뤄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왜 중요한가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가 심각해지면서, 인간 중심적 시각만으로는 현실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커졌습니다. 다종 민족지는 인간과 비인간 생물 사이의 상호 의존 관계를 드러내어, 환경 문제와 생태 정책 논의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합니다. 이 방법론은 인수공통감염병처럼 인간과 동물의 밀접한 관계가 만들어내는 보건 위기를 이해하는 데도 실용적으로 응용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인간-동물-환경이 얽힌 생계 방식을 서술하는 방법론으로 다종 민족지가 제시된 예문입니다.
과학기술학 분야에서도 인간-비인간 관계를 다루는 데 이 방법이 응용됨을 보여줍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다종 민족지는 참여관찰이라는 인류학 고유의 방법을 인간 이외의 존재에게까지 확장하려는 시도로, 동물행동학이나 생태학의 지식을 참고하면서도 인간 사회와의 관계망 속에서 비인간 존재를 이해하려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자연-문화 이분법 비판과 이론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인류학자 애나 칭의 송이버섯 연구는 하나의 상품이 인간, 균류, 숲 생태계, 국제 시장을 가로지르며 얽히는 과정을 추적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며, 다종 민족지가 단일 생태계뿐 아니라 초국가적 교역망까지 다룰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접근은 실험실의 모델 생물이나 도시의 비둘기처럼 흔히 주목받지 못하는 종들까지 연구 대상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기존 민족지의 범위를 크게 넓혔습니다.
주의할 점
다종 민족지가 동물이나 식물의 '내면'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자가 관찰 가능한 상호작용과 관계의 양상을 통해 해석을 제시하는 것이며, 이 해석의 한계에 대한 성찰이 함께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