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실현 가능성 (Multiple Realizability)
한 줄 정의: 같은 심적 상태가 서로 다른 물리적 구조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논제입니다.
쉽게 풀면
사람은 뉴런으로 고통을 느끼지만, 문어는 전혀 다르게 생긴 신경계를 가지고 있어도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보입니다. 만약 외계 생명체나 기계가 전혀 다른 재료로도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고통'을 특정한 뇌 상태와 똑같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심적 상태가 여러 종류의 물리적 바탕에서 구현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수 실현 가능성이라고 합니다.
왜 중요한가
이 논제는 심적 상태를 특정 뇌 상태와 동일시하는 유형 동일론을 약화시키고 기능주의를 주류 입장으로 만든 핵심 논증입니다. 심리학·경제학 같은 특수 과학이 물리학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비환원적 물리주의 논의에서도 기본 근거로 쓰입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퍼트넘의 다수 실현 가능성 논증은 고통을 인간의 특정 신경 상태와 동일시하는 유형 동일론이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이라는 점을 보여 주었다."
이 논제가 동일론 비판에 사용된 고전적 방식을 요약한 문장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힐러리 퍼트넘은 1960년대 후반 논문에서 이 논증을 제시했고, 제리 포더는 이를 특수 과학의 자율성 논의로 확장했습니다. 김재권은 다수 실현되는 속성은 하나의 자연종이 아닐 수 있으며, 실현자별로 환원하는 '국소적 환원'이 가능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최근에는 신경과학이 실제로 얼마나 다수 실현을 보여 주는지 경험적으로 따지는 연구도 활발합니다.
주의할 점
사전의 '기능주의'는 이 논제를 잘 설명하는 이론이고, 다수 실현 가능성 자체는 그 이론을 지지하는 논거입니다. 이 논제가 물리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심적 상태가 어떤 물리적 바탕에서 실현된다는 점은 받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