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게재 (duplicate publication)
쉽게 풀면
같은 리포트를 두 과목에 동시에 제출해서 각각 점수를 받는 상황을 생각해보세요. 내용은 하나인데 성과는 두 배로 인정받는 셈이니 불공정하겠죠. 중복게재가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이미 발표한 논문과 사실상 같은 내용을 다른 학술지에 새 논문인 것처럼 다시 싣는 것이죠. 또 다른 형태로 "살라미 논문(salami slicing)"이 있는데, 하나의 연구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을 실적을 늘리기 위해 억지로 여러 편의 짧은 논문으로 잘게 쪼개서 발표하는 것을 말합니다. 살라미 소시지를 얇게 썰듯 연구를 쪼갠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왜 중요한가
중복게재는 문헌 데이터베이스를 왜곡시켜, 메타분석이나 체계적 문헌고찰에서 동일한 데이터를 여러 번 중복 집계하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를 낳습니다. 또한 연구자의 업적을 부당하게 부풀려 임용, 승진, 연구비 배분의 공정성을 해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술지와 연구기관은 투고 시 중복게재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두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출판윤리(research integrity) 관련 논문이나 편집자 성명에서 자주 다뤄지는 핵심 개념입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이 문장은 학술지가 논문을 검토한 결과 이미 발표된 내용과 실질적으로 같다고 보고, 그 논문을 논문철회했다는 뜻입니다.
표절검사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두 논문의 문장 유사도를 정량적으로 비교하고, 이를 근거로 중복게재 여부를 조사한 사례를 보여줍니다.
의학 연구에서 같은 임상데이터를 재사용한 논문이 선행 논문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을 때 어떻게 문제가 제기되는지를 보여주는 예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모든 재사용이 중복게재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며, 학회 발표 초록을 확장해 정식 논문으로 발전시키거나 다른 언어로 번역해 재출판하는 경우는 원 논문을 명확히 밝히고 학술지의 사전 동의를 받으면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핵심은 "실질적으로 새로운 기여가 있는지"와 "선행 발표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했는지"입니다. 최근에는 텍스트 유사도 검사 소프트웨어(예: iThenticate 등)가 투고 심사 과정에 널리 활용되면서 중복게재 적발이 이전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주의할 점
중복게재는 남의 글을 베끼는 표절과는 다릅니다. 표절이 타인의 저작물을 훔쳐 쓰는 문제라면, 중복게재는 저자 자신의 이전 연구를 부풀려 다시 발표하는 문제입니다. 다만 둘 다 연구 성과를 부정하게 부풀린다는 점에서 함께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