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무취성 (Cultural Odorlessness)
쉽게 풀면
어느 나라 음식인지 짐작하기 어렵게 향신료를 덜어 낸 요리를 떠올리면 됩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이목구비나 배경 도시가 특정 국가를 곧바로 떠올리게 하지 않으면, 여러 나라 시청자가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느끼지 않고 몰입합니다. 일본 학자 이와부치 고이치가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해외 확산을 설명하려고 제안한 개념이며, 원어로는 무국적이라는 말을 씁니다. 국적을 지우는 것이 수출의 무기가 되는 역설을 짚은 것입니다.
왜 중요한가
수용자가 낯선 문화를 만났을 때 치르는 비용, 곧 문화할인을 낮추는 기획 차원의 선택을 설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국가색을 자산으로 삼는 전략과 정반대 방향이어서, 콘텐츠 수출 전략을 비교 분석할 때 대조축으로 자주 쓰입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인물의 외형과 배경이 특정 국가를 얼마나 드러내는지를 등급으로 매긴 뒤, 그것이 실제 판매 지역의 넓이와 연관되는지를 확인한 설계입니다. 추상적 개념을 관찰 가능한 지표로 바꾼 조작화 사례이기도 합니다.
무국적 설정이 처음 보는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데는 유리했지만, 작품의 성공이 생산국 이미지로 되돌아오는 효과는 줄었다는 결과입니다. 국가색을 지우는 선택에는 분명한 기회비용이 따른다는 뜻입니다.
같은 회사라도 어떤 시장과 플랫폼이냐에 따라 국가색을 지우기도 하고 오히려 앞세우기도 했다는 관찰입니다. 전략이 단일하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무취성이 하나의 고정된 방침이 아님을 보여 주는 관찰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이와부치는 무취성과 짝을 이루는 개념으로 문화적 향취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향취는 원산지의 이미지가 상품 가치에 긍정적으로 결합하는 경우로, 국가 브랜드와 묶인 수출 전략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두 전략은 상충합니다. 무취성은 진입을 쉽게 하지만 원산지 효과와 후속 지식재산의 국가 브랜드 효과를 포기하는 대가를 치릅니다. 최근 비판적 논의는 무취성이 실제로는 무색투명한 상태가 아니라 서구 중심의 보편적 미감을 표준으로 삼는 과정을 은폐한다고 지적합니다.
주의할 점
무취성은 문화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원산지를 특정하기 어렵게 만든 상태를 가리킵니다. 또 번역과 자막처럼 완성된 콘텐츠의 표층을 시장에 맞추는 콘텐츠현지화와 달리, 기획과 제작 단계에서 국가 표지를 미리 줄이는 선택이라는 점에서 구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