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션트 (Viral Shunt)
쉽게 풀면
표층 바닷물 1밀리리터에는 바이러스 입자가 1000만 개 안팎으로 들어 있어, 바다에서 개체 수가 가장 많은 존재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세균이나 식물플랑크톤을 감염해 세포를 터뜨립니다. 터진 세포에서 흘러나온 내용물은 용존유기탄소가 되고, 주변의 다른 세균이 그것을 다시 먹습니다. 그 결과 탄소가 동물플랑크톤과 물고기 쪽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미생물들 사이를 맴돌게 됩니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야 할 짐이 중간에서 자꾸 아래 칸으로 떨어지는 셈입니다.
왜 중요한가
바이러스션트는 해양미생물루프로 들어가는 유기물의 주요 공급원이자, 침강 입자가 되어 심층으로 빠져나갈 탄소를 표층에 붙잡아 두는 요인입니다.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조절자 역할도 하기 때문에, 탄소 수지 계산과 군집 구조 해석 양쪽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항목이 되었습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바이러스가 숙주인 세균보다 훨씬 많다는 일반적인 관찰 결과입니다. 그만큼 감염과 용해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터진 세포에서 나온 물질이 살아남은 세균의 먹이가 되어 탄소가 미생물 사이를 돌고 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수가 많아진 계통일수록 감염되기 쉬워 억눌리고, 그 덕분에 드문 계통이 밀려나지 않고 남는다는 승자 죽이기 가설과 맞닿는 결과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바이러스는 숙주를 곧바로 터뜨리는 용균 감염과, 유전체를 숙주에 끼워 넣고 잠복하는 용원 감염 사이를 오갑니다. 숙주 밀도와 영양 조건에 따라 어느 쪽이 우세한지가 달라지므로 션트의 세기도 함께 변합니다. 또 션트는 탄소를 표층에 붙들어 두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용해 산물이 서로 엉겨 붙어 침강을 촉진하는 반대 방향의 효과도 보고되어 이를 따로 구분해 부르기도 합니다. 용해와 함께 풀려나는 철과 질소가 주변 생물의 성장을 돕는 영양염 재생 효과도 큽니다.
주의할 점
바이러스가 탄소를 없앤다는 뜻이 아니라, 상위 포식자로 올라가는 길과 심층으로 가라앉는 길에서 벗어나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또 션트의 세기는 용균과 용원 가운데 어느 감염 방식이 우세한지에 크게 좌우되므로, 바이러스 존재량만으로 그 크기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