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형성 (vasculogenesis)
쉽게 풀면
도로를 새로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봅시다. 하나는 기존 도로에서 곁가지를 뻗어 확장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아예 빈 땅에 처음부터 도로를 놓는 방법입니다. 혈관형성(vasculogenesis)은 후자에 해당합니다. 혈관모세포(angioblast)라는 전구세포들이 배아 발생 초기에 스스로 모여 관 모양으로 배열되면서 최초의 혈관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시 혈관망이 이후 혈관신생 과정을 통해 가지를 뻗으며 확장됩니다. 즉 혈관형성이 "도로 최초 개설"이라면, 혈관신생은 "기존 도로에서 곁가지 확장"에 가깝습니다.
왜 중요한가
혈관형성은 배아에서 순환계가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발생학에서 심혈관계 형성의 출발점으로 다뤄집니다. 또한 성체에서는 정상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지만, 줄기세포나 전구세포를 이용해 새로운 혈관망을 처음부터 만들어내려는 조직공학·재생의학 연구에서 혈관형성의 원리를 응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이 문장은 "1차 혈관 그물망이 혈관형성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이때 혈관모세포가 분화하여 제자리에서 모여 원시 혈관망을 이룬다"는 뜻입니다.
줄기세포 연구에서는 실험실 조건에서 혈관모세포가 스스로 혈관 유사 구조를 만드는 과정을 재현해, 혈관형성의 초기 단계를 분석하는 데 활용합니다.
재생의학 연구에서는 성체에서도 특정 조건에서 혈관형성과 유사한 기전이 관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탐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혈관형성의 핵심 세포인 혈관모세포는 중배엽에서 유래하며, 여러 신호전달 경로의 조절을 받아 특정 부위에 모여 관 모양 구조로 배열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1차 혈관 그물망은 균일한 그물 형태를 띠는데, 이후 혈관신생 과정을 거치며 동맥과 정맥 등 기능이 분화된 형태로 재구성됩니다. 최근에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혈관모세포 유사 세포로 분화시켜 혈관형성 과정을 시험관 내에서 재현하려는 연구가 조직공학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의할 점
혈관형성은 배아 발생 초기에 주로 일어나는 반면, 혈관신생은 성체가 된 이후에도 상처 치유나 종양 성장 등에서 계속 일어날 수 있습니다. 두 용어가 한국어로 "형성"과 "신생"이라 비슷해 보이지만, 논문에서는 명확히 구분되는 별개의 과정을 가리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