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계 (Slip System)

재료공학
한 줄 정의: 전위가 실제로 움직이는 결정면과 그 위의 이동 방향을 짝지어 부르는 단위

쉽게 풀면

금속이 소성변형을 할 때 원자면 전체가 한꺼번에 미끄러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면 위에서 특정한 방향으로만 전위가 이동합니다. 이때 '어느 면에서'와 '어느 방향으로'를 한 쌍으로 묶은 것이 슬립계입니다. 미끄러짐이 일어나는 면은 원자가 가장 빽빽하게 채워진 면, 방향은 원자 간 거리가 가장 짧은 방향이 선택됩니다. 면심입방(FCC) 금속은 이런 조합이 12개나 있어 잘 늘어나지만, 조밀육방(HCP) 금속은 쓸 수 있는 조합이 적어 잘 깨집니다.

왜 중요한가

슬립계의 개수와 종류는 그 금속이 얼마나 잘 변형되는지를 결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입니다. 알루미늄·구리가 잘 펴지고 마그네슘·타이타늄 판재가 성형하기 어려운 이유도 결국 슬립계 차이로 설명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합금의 연성을 논할 때 활성화되는 슬립계가 무엇인지가 핵심 논점이 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마그네슘 합금은 상온에서 기저면 슬립계만 주로 활성화되어 소성 변형 능력이 제한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비기저면 슬립과 [[twinning-induced-plasticity|쌍정]]이 함께 작동한다."

쓸 수 있는 슬립계가 부족하면 변형을 다른 기구가 대신 떠맡는다는 점을 설명하는 전형적인 서술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결정이 임의의 형상 변화를 수용하려면 서로 독립적인 슬립계가 다섯 개 이상 필요하다는 조건(폰 미제스 조건)이 알려져 있습니다. FCC와 체심입방(BCC)은 이 조건을 만족해 다결정 상태에서도 잘 변형되지만, HCP는 기저면 슬립만으로는 독립적인 슬립계가 부족해 다결정 연성이 떨어집니다. 어떤 슬립계가 먼저 작동하는지는 슈미드 법칙으로 계산한 분해전단응력의 크기 순서로 결정되며, 온도가 올라가면 비기저면 슬립처럼 임계응력이 높은 슬립계도 활성화됩니다.

주의할 점

슬립계는 결정 구조에 의해 정해진 '가능한 경로 목록'이고, 그중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하중 방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또 교차 슬립은 이미 움직이던 전위가 다른 슬립면으로 옮겨 타는 현상이므로, 슬립계의 정의 자체와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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