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혼동 (Reverse Confusion)
쉽게 풀면
보통 상표 분쟁은 후발주자가 유명 상표의 명성에 무임승차하는 구도로 그려집니다. 역혼동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동네에서 오래 쓰던 가게 이름을 대기업이 뒤늦게 쓰면서 전국에 광고를 퍼붓는다면, 소비자는 오히려 동네 가게가 대기업을 흉내 낸다고 오해합니다. 먼저 쓰던 쪽은 자기 이름을 쓰면서도 남의 브랜드를 빌린 것처럼 보이는 처지가 되고, 결국 시장에서 자기 출처를 알리는 기능을 잃습니다.
왜 중요한가
전통적인 혼동가능성 판단은 후발자가 명성에 편승하려 했는지를 중요하게 보지만, 역혼동에서는 후발자에게 그런 의도가 없어도 선행 권리자의 피해가 발생합니다. 상표법이 지키려는 것이 명성인지 출처표시 기능인지를 드러내는 사례여서 이론 연구에서 자주 인용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역혼동에서는 후발자의 광고가 클수록 선행 권리자의 피해가 커집니다. 통상적인 판단에서는 유리한 사정이 되는 요소가 반대로 작용한다는 점을 짚은 것입니다.
손해를 명성 훼손이 아니라 출처 식별 기능의 상실로 구성한 주장입니다. 역혼동 사건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청구 구성입니다.
고의를 침해 요건으로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 판시입니다. 역혼동이 독자적인 보호 국면으로 인정되는 근거가 됩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혼동가능성 판단 요소 가운데 상표의 강약을 어떻게 볼지가 역혼동에서 뒤집힙니다. 통상적으로는 선행 상표가 강할수록 혼동이 커진다고 보지만, 역혼동에서는 선행 상표가 약하더라도 후발자의 상표가 강하면 오히려 혼동이 커집니다. 손해 산정도 쟁점입니다. 후발자의 막대한 매출을 그대로 이익 반환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선행 권리자가 잃은 식별력을 회복하는 비용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주의할 점
역혼동은 상표희석과 다릅니다. 희석은 유명 상표의 식별력이 무관한 사용으로 흐려지는 문제를 다루지만, 역혼동은 힘없는 선행 상표가 후발 대기업의 광고에 묻혀 출처표시 기능을 잃는 상황을 다룹니다. 보호 대상과 손해의 성질이 서로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