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 동의 (Retrospective Consent)

윤리·출판
한 줄 정의: 이미 수집이 끝난 데이터나 검체를 원래 계획에 없던 새로운 연구 목적으로 쓰기 위해, 자료가 모인 이후 시점에 참여자로부터 다시 동의를 구하는 절차입니다.

쉽게 풀면

여행 가서 이미 찍어둔 사진을 나중에 SNS에 올리려면 함께 찍힌 사람에게 뒤늦게라도 "이거 올려도 될까?"라고 물어봐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연구도 마찬가지로, 예전에 다른 목적으로 모아둔 자료나 검체를 시간이 지난 뒤 전혀 새로운 연구에 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 처음 동의서에는 이 새로운 용도가 언급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자는 자료가 이미 존재하는 상태에서 참여자에게 연락해 "이 자료를 이런 새 연구에 써도 되겠습니까?"라고 사후적으로 다시 동의를 구합니다.

왜 중요한가

소급 동의는 이미 오래전에 모아둔 바이오뱅크 검체나 대규모 코호트 자료를 새로운 연구 질문에 활용하고 싶을 때 자율성 존중이라는 연구윤리 원칙과 자료 재사용의 현실적 필요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절차이기 때문에, 유전체학·역학·공중보건 연구처럼 기존 자료를 재활용하는 연구가 많은 분야의 방법론에서 자주 언급됩니다. 참여자와의 재접촉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어서, 소급 동의 절차의 타당성과 한계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사 과정에서도 중요한 논의 대상이 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기존 코호트에서 수집된 검체를 새로운 유전체 분석에 활용하기 위해 생존해 있는 참여자를 대상으로 소급 동의(retrospective consent)를 다시 받았으며,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면제 심사를 거쳐 제외 처리하였다.

이 문장은 기존 자료의 새로운 활용을 위해 재접촉이 가능한 참여자에게는 새로 동의를 받고, 연락이 불가능한 경우는 별도 윤리 심사로 처리했다는 뜻으로, 오래된 코호트나 바이오뱅크 자료를 재사용할 때 흔히 쓰이는 절차입니다.

"장기 추적 코호트에서 수집된 혈액 검체를 새로운 대사체 분석에 활용하기 위해, 등록 시점에 남긴 연락처를 통해 참여자에게 소급 동의서를 우편으로 발송하였다."

이 예문은 장기간에 걸쳐 자료를 모아온 코호트 연구에서, 애초 계획에 없던 새로운 분석 기법(대사체 분석)이 등장했을 때 소급 동의를 통해 자료 활용 범위를 확장하는 절차를 보여줍니다.

"소아 코호트 참여자가 성인이 된 시점에 원 자료의 유전체 분석 활용에 대해 본인 명의의 소급 동의를 새로 받았으며, 이는 최초 동의가 법정대리인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급 동의는 처음 동의를 할 수 없었던 대상(소아 등)이 이후 스스로 동의 능력을 갖추게 되었을 때, 자료의 계속된 활용에 대해 본인의 의사를 다시 확인하는 절차로도 활용됩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소급 동의를 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참여자 사망, 연락 두절 등) 지나치게 큰 부담을 준다고 판단되면, 연구자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에 동의 면제(waiver of consent)를 신청할 수 있으며, 이때는 대개 자료가 개인식별정보를 제거한 형태로 다뤄지는지, 연구가 참여자에게 최소한의 위험만 주는지 등이 심사 기준이 됩니다. 소급 동의, 포괄적 동의, 동의 면제는 모두 기존 자료의 재사용이라는 같은 상황을 다루지만, 언제 누구의 동의를 어떤 범위로 구하느냐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논문의 방법론을 읽을 때 이 세 가지를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할 점

소급 동의는 자료가 이미 모인 뒤 특정한 새 용도에 대해 사후적으로 동의를 구하는 것으로, 애초에 폭넓은 미래 연구 활용을 미리 한 번에 승낙받는 포괄적 동의와는 시점과 방식이 다릅니다. 포괄적 동의를 처음부터 받아두었다면 소급 동의 절차가 필요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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