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압박 (Publish or Perish)

윤리·출판
한 줄 정의: 연구자가 임용, 승진, 연구비 확보에서 살아남으려면 논문을 끊임없이 발표해야 한다는 압박이, 연구의 질보다 양을 우선시하게 만드는 학계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쉽게 풀면

"논문을 내지 못하면 도태된다(Publish or Perish)"는 말은 학계에서 오랫동안 통용되어 온 냉정한 격언입니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교수 임용, 재임용, 승진, 연구비 심사를 할 때 지원자가 얼마나 많은 논문을 얼마나 좋은 저널에 실었는지를 핵심 잣대로 삼습니다. 문제는 이 잣대가 "얼마나 깊이 있는 연구를 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냈는가"에 쏠리기 쉽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연구자들은 하나의 큰 연구를 여러 편으로 쪼개서 내거나(살라미 슬라이싱), 재현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직한 연구보다 빠르게 결과를 낼 수 있는 주제를 택하게 됩니다. 즉 출판 압박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학계의 평가 시스템 자체가 만들어내는 유인구조의 문제입니다.

왜 중요한가

출판 압박은 개별 연구자의 윤리 문제를 넘어, 학계 전반의 연구 문화와 지식 생산 방식을 형성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다뤄집니다. 논문 편수 중심의 평가가 연구부정행위, 재현성 위기, 저품질 저널의 확산 같은 여러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되면서, 과학사회학, 연구윤리학, 과학정책 연구에서 학계 평가제도 개혁을 논의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이러한 결과의 재현 실패는 개별 연구자의 부정이라기보다, 출판 압박(publish or perish) 문화가 만들어낸 구조적 산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문장은 "연구 결과가 재현되지 않는 근본 원인을 개인의 실수나 부정행위가 아니라, 논문 편수로 성과를 평가하는 학계 시스템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신진 연구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출판 압박(publish or perish)이 연구 주제 선택에 있어 장기적이고 위험 부담이 큰 주제를 회피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 나타났다."

과학정책이나 고등교육 연구에서는 출판 압박이 연구자의 주제 선택과 경력 초기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조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학술지의 게재 급증 현상은 출판 압박(publish or perish) 아래 부실 저널(predatory journal)로의 투고가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과학사회학 연구에서는 출판 압박이 부실 학술지 생태계 확산의 배경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출판 압박을 논의할 때 자주 함께 등장하는 지표로 h-지수처럼 연구자의 논문 편수와 피인용 수를 결합한 계량서지학 지표가 있으며, 이런 지표가 평가에 과도하게 활용되는 것 자체가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논문 수보다 연구의 질과 개방성을 중시하자는 샌프란시스코 연구평가선언(DORA) 같은 움직임이나, 연구 계획 단계에서 결과와 무관하게 게재를 약속하는 결과중립적 심사(registered report) 제도가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주의할 점

출판 압박은 명백한 연구부정행위와는 구분해야 합니다. 다만 이 압박이 살라미 슬라이싱이나 데이터 조작 같은 실제 부정행위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개인의 윤리 문제이자 동시에 제도 개선이 필요한 구조적 문제로 함께 다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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