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널리티(빅터 터너) (Liminality (Turner))
쉽게 풀면
졸업식 전날 밤, 더 이상 학생도 아니고 아직 사회인도 아닌 애매한 시간을 떠올려 보십시오. 이런 '사이에 낀' 상태가 바로 리미널리티입니다. 문지방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온 이 개념은 통과의례나 공연 중 관객과 배우가 일상의 규칙에서 잠시 벗어나는 순간을 설명하는 데 자주 쓰입니다. 익숙한 질서가 잠시 흔들리고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시간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왜 중요한가
이 개념은 연극이 관객에게 일상적 규범에서 벗어난 특별한 시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에 공연학 연구에서 널리 활용됩니다. 이 개념은 통과의례 연구를 넘어 축제·순례·연극 공연처럼 일상의 규범이 잠시 유예되는 다양한 문화 현상을 분석하는 틀로 확장되어, 인류학뿐 아니라 공연학과 문화연구 전반에 폭넓게 응용되고 있습니다.
핵심 주장
- 반 주네프(Arnold van Gennep)는 통과의례가 분리, 전이(문지방, limen), 통합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고 보았습니다. 터너(Victor Turner)는 이 중 가운데 단계를 따로 떼어 리미널리티라는 이름으로 분석했습니다.
- 리미널한 사람(문지방 위의 존재)은 이전의 지위도 새 지위도 갖지 못한 “이도 저도 아닌(betwixt and between)” 상태에 놓입니다. 이름, 지위, 소유 같은 사회적 표지가 벗겨지고 규칙에 순종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이 단계에서 참여자들은 지위 차이가 사라진 평등하고 직접적인 유대를 경험하는데, 터너는 이를 코뮤니타스(communitas)라고 불렀습니다. 일상의 위계 구조(structure)와 대비되는 반구조(anti-structure)입니다.
- 산업사회에서는 통과의례처럼 의무적이고 집단적인 리미널리티가 줄어들고, 연극·예술·여가처럼 선택적이고 개인적인 리미노이드(liminoid) 현상이 나타난다고 구분했습니다.
근거와 대표 연구
- 반 주네프(1909): 『통과의례』에서 세 단계 도식을 제시했습니다. 터너의 출발점입니다.
- 터너의 현지조사: 잠비아의 은뎀부(Ndembu) 사회 의례 연구에서 리미널 단계의 상징과 입문자의 처지를 분석했고, 이를 『상징의 숲』(1967)과 『의례과정』(1969)에 담았습니다.
- 공연학으로의 확장: 터너는 『의례에서 연극으로』(1982)에서 리미노이드 개념을 연극과 놀이로 넓혔습니다. 공연학에서는 관객과 배우가 일상의 규칙에서 잠시 벗어나는 경험을 설명하는 틀로 쓰입니다.
- 국내 연구 예: 국내에서도 속곳춤 의례를 터너의 분리-전이-통합 개념으로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비판과 한계
- 개념이 느슨해짐: 모든 경계적 경험에 적용되다 보니 “어디에나 리미널리티가 있다”는 식으로 설명력이 흐려진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Thomassen(2009)은 이 개념이 쓰이는 방식을 정리하며 개념이 적용되는 대상과 시간 규모를 구분해 쓸 것을 제안합니다.
- 코뮤니타스의 이상화: 순례 연구에서 Eade와 Sallnow(1991)는 순례가 평등한 유대만 낳는 것이 아니라 경쟁과 갈등의 장이기도 하다고 반박했습니다.
- 적용 범위: 터너의 이론은 의례 연구에서 출발했으므로, 공연이나 관광으로 확장하면 비유에 그칠 수 있습니다. 어떤 사회적 구조에서 벗어나는 상태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 리미널과 리미노이드: 둘의 구분이 절대적이지 않고, 사례에 따라 섞여 있어 분류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실제 논문에서
국내 학술지 논문에서 이 용어가 쓰인 문장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제목·학술지·연도와 원문 링크를 함께 적었습니다.
“‘리미날리티(Liminality), 커뮤니타스(Communitas)’로 경계, 반구조, 중간단계의 시공간이다.”
속곳춤의 인류학적 표현성 연구 - 빅터 터너(Victor Turner)개념을 중심으로 -, 연기예술연구, 2023 · KCI 한국학술지인용색인 · 원문 보기 ↗
예시 문장
아래는 용어의 쓰임을 보여 주려고 만든 예시로, 실제 논문에서 가져온 문장이 아닙니다.
공연 공간이 만들어내는 경계적 경험을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예입니다.
전통 공연 공간을 리미널한 공간으로 해석하는 사례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이 개념은 인류학자 빅터 터너가 아르놀드 반 주네프의 통과의례 이론을 확장하며 정립한 것으로, 그는 리미널한 상태에서 참여자들이 평등하고 친밀한 유대감인 코뮤니타스를 경험한다고 보았습니다. 터너는 이후 이 개념을 확장하여 '리미노이드'라는 개념으로 현대 예술과 여가 활동까지 논의를 넓혔습니다.
빅터 터너는 반 주네프의 통과의례 3단계(분리-전이-통합) 중 가운데 '전이' 단계를 리미널리티로 개념화하며, 이 시기의 개인은 기존 사회적 지위와 범주 사이에 낀 '이도 저도 아닌(betwixt and between)' 모호한 상태에 놓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나아가 이 단계에서 참여자들 사이에 위계 없는 평등한 유대감인 '코뮤니타스(communitas)'가 형성된다고 보았습니다.
주의할 점
리미널리티는 모든 경계적 경험에 폭넓게 적용되다 보니 개념이 느슨해질 수 있으므로, 어떤 사회적 구조에서 벗어나는 상태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혀 사용해야 합니다. 터너는 이후 연구에서 산업사회에서는 리미널리티가 통과의례처럼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축제나 연극처럼 선택적으로 경험하는 '리미노이드(liminoid)' 현상으로 변형된다고 구분하기도 했습니다.
헷갈리기 쉬운 용어
터너의 개념들은 서로 맞물려 있어 구분하지 않으면 뒤섞입니다.
| 용어 | 뜻 | 관계 |
|---|---|---|
| 통과의례 | 출생·성인식·결혼·죽음 등 단계 이행 의례(반 주네프) | 세 단계 도식의 틀 |
| 리미널리티(일반) | 문지방 단계 자체를 가리키는 일반 개념 | 터너가 이 단계를 분석 |
| 코뮤니타스 | 리미널 단계에서 생기는 평등한 유대 | 리미널리티의 속성 |
| 관광의 리미널리티 | 터너의 개념을 관광에 적용 | 응용 사례 |
참고 문헌
- van Gennep, A. (1909). Les rites de passage. Émile Nourry.
- Turner, V. (1967). The Forest of Symbols: Aspects of Ndembu Ritual. Cornell University Press.
- Turner, V. (1969). The Ritual Process: Structure and Anti-Structure. Aldine.
- Turner, V. (1982). From Ritual to Theatre: The Human Seriousness of Play. PAJ Publications.
- Thomassen, B. (2009). The uses and meanings of liminality. International Political Anthropology, 2(1), 5–27.
- Eade, J., & Sallnow, M. J. (Eds.). (1991). Contesting the Sacred: The Anthropology of Christian Pilgrimage. Routledge.
표의 기준값은 위 문헌에 근거한 관례이며, 분야·학술지마다 다른 기준을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