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기와 (Inscribed Roof Tile)
쉽게 풀면
기와의 등이나 옆면에 간지, 관청 이름, 절 이름, 사람 이름이 남아 있는 것이 있습니다. 오늘날 제품에 붙은 제조일자와 생산자 표시와 비슷한 역할입니다. 도장을 눌러 찍은 것은 인각와, 글씨를 새기거나 써 넣은 것은 명문와라 부릅니다. 수천 점씩 쏟아져 나오는 기와 조각 가운데 글자가 있는 것은 따로 골라 관리하는데, 글자 몇 자가 건물의 조영 시점과 그 일을 맡은 주체를 알려 주기 때문입니다.
왜 중요한가
유물의 형태만으로는 수십 년 폭까지 좁히기 어려운 연대를 문자로 붙들 수 있게 해 줍니다. 나아가 같은 도장이 찍힌 기와가 어느 유적들에 퍼져 있는지를 보면 기와 공급망과 조영 사업의 운영 방식이 드러나므로, 편년과 생산 체계 연구를 동시에 뒷받침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기와에 새겨진 간지를 함께 나온 유물과 맞추어 어느 갑자에 해당하는지 특정한 뒤, 그 절을 헐고 다시 지은 시점을 6세기 후반으로 추정했다는 뜻입니다.
같은 도장을 눌러 찍은 기와가 서로 멀리 떨어진 유적에서도 나온다는 것은, 하나의 생산 조직이 여러 곳의 공사에 기와를 대었을 가능성을 보여 주는 근거가 됩니다.
닳거나 깨진 글자를 어떻게 읽느냐가 달라지면 그 판독에 기대어 세운 연대안까지 함께 흔들린다는 뜻으로, 문자 자료에 의존할 때의 위험성을 보여 주는 서술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간지명은 60년마다 되풀이되므로 어느 갑자인지를 다른 자료로 특정해야 하며, 이때 함께 나온 유물과 가마터 조사 성과가 판단 근거가 됩니다. 명문 자체뿐 아니라 두드림 무늬와 바탕흙, 등면 조정 방식을 함께 살펴 같은 공방에서 나온 기와를 묶는 작업이 병행되며, 이렇게 만든 기와 계열은 건물의 조영과 보수 단계를 나누는 데 쓰입니다.
주의할 점
명문은 기와를 만든 시점을 알려 줄 뿐이며, 건물이 세워지거나 폐기된 시점과는 다릅니다. 특히 여러 차례 고쳐 지은 유적에서는 시기가 다른 기와가 한 층에 섞이므로, 출토 맥락을 보지 않고 글자만으로 유구의 연대를 정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