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학적 현상학 (Hermeneutic Phenomenology)
쉽게 풀면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경험을 연구한다고 해봅시다. 전통적인 현상학(기술적 현상학)은 연구자의 선입견을 최대한 걷어내고 참여자가 말한 경험을 순수하게 기술하려 합니다. 반면 해석학적 현상학은 애초에 연구자가 완전히 중립적인 관찰자가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연구자도 자신의 배경지식과 경험을 가진 존재이며, 그 배경지식이 오히려 참여자의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연구자는 참여자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 경험이 그 사람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글로 풀어냅니다.
철학자 하이데거의 사상에 뿌리를 둔 이 접근은 인간의 경험이 언제나 특정한 상황과 맥락 속에서 해석된다고 전제합니다.
왜 중요한가
해석학적 현상학은 간호학, 교육학, 사회복지학 등 인간의 체험을 깊이 이해해야 하는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질적연구 방법론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특히 수량화하기 어려운 삶의 경험이나 의미를 다룰 때, 연구자의 해석이 오히려 참여자의 경험을 더 풍부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므로, 실무 현장에 밀접한 응용 연구에서 자주 채택됩니다. 어떤 현상학적 전통을 따르는지 명시하는 것은 연구의 철학적 정합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절차인가
van Manen(1990)은 해석학적 현상학 연구의 활동을 여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 깊은 관심이 가는 현상에 마음을 향합니다.
- 이론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 낸 경험을 탐색합니다(면담, 일화, 일기 등 생활 경험 기술을 모음).
- 그 경험의 본질적인 주제를 성찰합니다.
- 쓰고 다시 쓰기를 통해 현상을 기술합니다.
- 현상에 대한 강한 지향성을 유지합니다.
- 부분과 전체를 오가며 연구의 맥락을 균형 있게 살핍니다.
주제를 찾는 방식으로 van Manen은 텍스트 전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전체적 접근, 두드러진 문장이나 구절을 고르는 선택적 접근, 한 줄씩 묻는 상세한 접근을 소개합니다. 이해는 부분과 전체를 오가는 해석학적 순환 속에서 깊어진다고 봅니다.
언제 쓰고 무엇을 얻나
- 쓰는 경우: 질병, 돌봄, 교육 현장 등에서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어떻게 의미 있게 겪는지 이해하려 할 때. 간호·교육·상담 연구에서 많이 쓰입니다.
- 철학적 배경: Heidegger는 이해가 언제나 이미 어떤 이해의 지평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았고, Gadamer는 해석자의 지평과 텍스트의 지평이 만나는 ‘지평융합’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가 자신의 배경을 완전히 지울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Laverty, 2003).
- 다른 현상학과의 차이: 기술적(descriptive) 현상학은 괄호치기로 연구자의 전제를 보류하려 하고, 해석학적 현상학은 전제를 드러내고 해석에 활용합니다. IPA(Smith 등, 2009)는 해석학적 요소를 가진 또 다른 접근입니다.
- 한계: 해석이 연구자에게 크게 의존하고 방법의 절차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어, 자료 인용과 해석 근거를 충실히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논문에는 이렇게 적는다
- 선택한 접근(van Manen 등)과 그 철학적 근거, 연구 질문(경험을 묻는 형태)
- 참여자 선정 기준과 인원, 자료 수집 방법(면담, 일화)과 시간
- 분석 과정: 어떤 방식으로 주제를 도출했는지, 해석학적 순환을 어떻게 구현했는지
- 연구자의 위치와 전제를 드러내는 방법(성찰일지 등), 신뢰성 확보 방법과 참여자 확인
보고 문장의 예(가상): “참여자의 면담 자료는 van Manen의 해석학적 현상학 방법에 따라 전체적·선택적·상세한 접근을 병행하여 분석하였고, 연구 과정 전반에 연구자의 선이해를 성찰일지에 기록하였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실제 논문에서
국내 학술지 논문에서 이 용어가 쓰인 문장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제목·학술지·연도와 원문 링크를 함께 적었습니다.
“이를 위하여 북한출신 사회복지사 5명을 연구참여자로 하여 심층 면접을 진행하였으며, 밴매넌(van Manen)의 해석학적 현상학 연구방법으로 분석하였다.”
북한출신 사회복지사의 실천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 “두 길 사이를 가로놓으며, 함께 살아냄” -, 한국가족복지학, 2016 · KCI 한국학술지인용색인 · 원문 보기 ↗
“이에 van Manen의 해석학적 현상학 연구방법으로 접근 그들의 경험을 탐색하여 경험의 본질과 의미를 서술하고 해석하여 자신들이 체험한 바를 어떻게 지각하며 또 어떻게 설명하는지 그리고 그 체험을 어떻게 의미화 하는지를 탐색하였다.”
여자대학생의 흡연행동에 관한 현상학연구 van-Manen의 체험연구방법론을 중심으로, 청소년학연구, 2022 · KCI 한국학술지인용색인 · 원문 보기 ↗
“이를 위해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 총 17차시의 연극만들기 수업을 진행하였으며 참여학생 중 8명의 학생을 선별하여 그들이 경험한 동기를 반 매넌(Van Manen)의 해석학적 현상학 방법으로 연구하였다.”
나는 왜 연극만들기를 하는가? - 현상학적 접근을 통한 연극만들기 참여 중학생의 동기 연구 -, 교육연극학, 2022 · KCI 한국학술지인용색인 · 원문 보기 ↗
예시 문장
아래는 용어의 쓰임을 보여 주려고 만든 예시로, 실제 논문에서 가져온 문장이 아닙니다.
이 문장은 "참여자의 경험을 단순히 요약해서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연구자가 그 경험의 맥락과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서술했다"는 뜻입니다.
교육학 연구에서 개인의 경험을 조직이나 문화적 맥락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데 이 접근이 활용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장이다.
연구자의 선이해나 실무 경험이 오히려 해석의 자원으로 명시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문장이다.
조금 더 깊게 보면
해석학적 현상학에서는 연구자가 자료를 부분과 전체를 오가며 반복적으로 해석하는 과정, 즉 해석학적 순환을 실제 분석 절차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학자에 따라 하이데거 전통을 따르는 접근과 이를 발전시킨 반 매넌 등의 방법론적 지침을 따르는 접근으로 나뉘기도 하므로, 논문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분석 절차를 참고했는지 확인하면 연구의 방법론적 계보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
해석학적 현상학은 연구자의 선이해(先理解)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해석의 자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판단중지를 핵심 절차로 삼는 기술적 현상학과 철학적 전제부터 다릅니다. 두 접근을 혼동해 논문에 "판단중지(브래키팅)를 통한 해석학적 현상학 연구"라고 쓰면 방법론적 모순으로 지적받을 수 있으므로, 자신의 연구가 어느 전통을 따르는지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헷갈리기 쉬운 용어
현상학적 연구는 갈래에 따라 연구자의 역할이 다릅니다.
| 용어 | 연구자의 전제 | 중점 |
|---|---|---|
| 해석학적 현상학 | 드러내고 해석에 활용 | 경험의 의미를 해석 |
| 기술적 현상학 | 괄호치기로 보류하려 함 | 경험의 본질 구조를 기술 |
| 해석적 현상학적 분석(IPA) | 전제를 인정하되 참여자의 의미 부여를 해석 | 소수 사례의 깊은 분석 |
| 괄호치기 | 전제를 일시적으로 보류하는 기법 | 기술적 현상학에서 강조 |
참고 문헌
- van Manen, M. (1990). Researching Lived Experience: Human Science for an Action Sensitive Pedagogy.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 Laverty, S. M. (2003). Hermeneutic phenomenology and phenomenology: A comparison of historical and methodological considerations. International Journal of Qualitative Methods, 2(3), 21–35.
- Gadamer, H.-G. (2004). Truth and Method (2nd rev. ed.; J. Weinsheimer & D. G. Marshall, Trans.). Continuum.
- Smith, J. A., Flowers, P., & Larkin, M. (2009). Interpretative Phenomenological Analysis: Theory, Method and Research. SAGE.
표의 기준값은 위 문헌에 근거한 관례이며, 분야·학술지마다 다른 기준을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