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로우의 불가능성정리
쉽게 풀면
여러 사람의 선호를 모아 하나의 사회적 결론(예: 선거 결과)을 내는 투표 방식을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그 방식이 "독재자가 결과를 좌우하지 않을 것", "모든 사람이 A보다 B를 좋아하면 사회도 A보다 B를 선호할 것", "무관한 대안이 순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처럼 상식적인 조건들을 만족하길 바랍니다.
그런데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우는 후보(선택지)가 3개 이상이고 유권자가 2명 이상인 상황에서는, 이런 조건을 모두 동시에 만족시키는 투표 방식이 수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즉 아무리 투표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해도 어느 조건 하나는 반드시 어긋나게 된다는 뜻입니다.
왜 중요한가
애로우의 불가능성정리는 사회선택이론의 출발점이 되는 결과로, 투표 제도·위원회 의사결정·집단적 순위 결정처럼 여러 개인의 선호를 하나로 모아야 하는 모든 문제에 공통된 한계를 제시합니다.
그래서 정치학, 경제학, 후생경제학은 물론 알고리즘을 이용한 순위 집계나 다기준 의사결정을 다루는 컴퓨터과학 논문에서도 이론적 배경으로 자주 인용됩니다.
어떤 집계 방식을 새로 제안하는 논문이라면 이 정리가 제시하는 조건들 중 무엇을 완화했는지를 밝혀야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갖기 때문에, 관련 분야 연구의 사실상 기준점 역할을 합니다.
핵심 정리
- 케네스 애로우가 《사회적 선택과 개인 가치》(1951)에서 증명한 정리입니다. 개인들의 선호 순서를 모아 하나의 사회적 선호 순서를 만드는 규칙이, 아래의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전제는 선택지가 3개 이상이고 유권자가 2명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 조건은 보통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 무제한 정의역: 개인들이 가질 수 있는 어떤 선호 순서의 조합에도 규칙이 결과를 낸다.
- 파레토 원칙: 모든 사람이 A를 B보다 좋아하면 사회도 A를 B보다 좋아한다.
- 무관한 대안으로부터의 독립성(IIA): A와 B 사이의 사회적 순위는 A, B에 대한 개인들의 선호에만 의존하고, 제3의 대안 C에 대한 평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 비독재성: 다른 사람들의 선호와 관계없이 한 사람의 선호가 언제나 사회적 선호가 되어서는 안 된다.
- 또한 사회적 선호 자체가 A가 B보다 좋고 B가 C보다 좋다면 A가 C보다 좋다는 식의 이행성을 갖는 ‘순서’여야 합니다.
- 결론은 “이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는 규칙은 사실상 독재 규칙뿐”이라는 형태입니다. 즉 ‘조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며, 투표가 쓸모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예시로 보기
직관을 주는 사례가 콩도르세 순환입니다. 유권자 3명이 후보 A, B, C를 다음 순서로 선호한다고 합시다(가상의 예).
| 유권자 | 1순위 | 2순위 | 3순위 |
|---|---|---|---|
| 갑 | A | B | C |
| 을 | B | C | A |
| 병 | C | A | B |
- A 대 B: 갑·병이 A를 더 좋아하므로 2대 1로 A가 이깁니다.
- B 대 C: 갑·을이 B를 더 좋아하므로 2대 1로 B가 이깁니다.
- C 대 A: 을·병이 C를 더 좋아하므로 2대 1로 C가 이깁니다.
다수결로 둘씩 비교하면 A > B > C > A로 돌고 돌아, 사회적 선호가 이행성을 갖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한 번에 두 후보씩 겨루는 순서(안건 처리 순서)를 정하는 사람이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순환이 실제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모든 사람의 선호가 무작위로 정해진다는 가정 아래 후보 3명, 유권자 101명으로 모의실험(20,000회)한 결과 순환이 생긴 비율은 약 8%대였습니다. 선호가 한쪽으로 모이는 현실에서는 더 드물 수 있습니다.
우회로는 조건을 완화하는 것입니다. 선호가 한 축 위에서 ‘단봉’ 모양이라면(Black, 1948) 다수결이 순환하지 않고 중위투표자가 결과를 결정합니다. 또는 선호의 강도(기수 효용)를 비교할 수 있다고 허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Sen의 논의).
자주 하는 오해
| 오해 | 바로잡기 |
|---|---|
| 민주주의나 투표가 불가능하다는 정리다. | 모든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완벽한’ 규칙이 없다는 뜻입니다. 실제 제도는 어떤 조건을 약하게 하고 어떤 단점을 감수할지를 선택하는 문제가 됩니다. |
| 유권자가 3명 이상이어야 성립한다. | 전제는 유권자 2명 이상, 선택지 3개 이상입니다. 3명이 필요한 것은 위의 콩도르세 순환 사례일 뿐입니다. |
| 다수결은 언제나 순환한다. | 순환은 선호가 특정한 형태로 얽힐 때 생기며, 단봉 선호처럼 순환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
| ‘투표의 역설’은 이 정리를 가리킨다. | 한국어 ‘투표의 역설’은 콩도르세 순환(다수결 순환)을 가리키기도 하고, 한 표의 영향이 미미한데 왜 투표하는가라는 다운스의 역설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문맥을 확인해야 합니다. |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실제 논문에서
이 용어를 직접 쓴 국내 논문 문장을 아직 수집하지 못했습니다. 수집되는 대로 출처와 함께 싣겠습니다.
예시 문장
아래는 용어의 쓰임을 보여 주려고 만든 예시로, 실제 논문에서 가져온 문장이 아닙니다.
이 문장은 "여러 사람의 선호를 하나로 모으는 어떤 방법도 원하는 공정성 조건을 전부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수학적 결론을 이 이론이 보여준다"는 뜻입니다.
이 문장은 "완벽한 집계 방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신 조건 하나를 의도적으로 느슨하게 풀어서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뜻입니다. 컴퓨터과학이나 정보검색 분야에서 여러 순위를 하나로 합치는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 흔히 등장하는 논리 전개입니다.
이 문장은 "투표뿐 아니라 여러 기준으로 대안을 평가해 하나의 순위를 매기는 일반적인 문제에서도 이 정리와 같은 근본적인 어려움이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경영학이나 공학 분야의 다기준 평가 연구에서 이론적 근거로 종종 언급됩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애로우의 불가능성정리에서 말하는 조건들은 보통 완전성·이행성 같은 합리적 순서(무제한 정의역), 파레토 원칙(만장일치 존중), 무관한 대안으로부터의 독립성(IIA), 비독재성으로 정리됩니다.
논문을 읽을 때는 저자가 이 조건들 중 정확히 어떤 것을 완화하거나 재정의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핵심인데, 예를 들어 IIA를 약화하거나 선호를 서수가 아닌 기수(강도)로 다루는 방식이 대표적인 우회로로 자주 쓰입니다.
이후 등장한 기버드-새터스웨이트 정리처럼 전략적 투표 조작 가능성과 연결지어 이 정리를 확장·재해석하는 연구도 많으므로, 관련 논문을 읽을 때는 어떤 조건 완화가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할 점
이 정리는 "민주주의가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라, "완벽하게 공정한 집단 의사결정 규칙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어떤 제도든 특정 조건에서는 한계나 모순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수학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실제 투표 제도를 평가할 때는 이 정리를 근거로 어떤 조건을 우선시하고 어떤 한계를 감수할지 따지는 것이 중요하며, 중위투표자 정리나 투표의 역설과 함께 사회선택이론의 핵심 축을 이룹니다.
헷갈리기 쉬운 용어
투표와 집단 선택에 관한 이론들이 이름이 비슷합니다.
| 용어 | 한 줄 설명 | 다루는 질문 |
|---|---|---|
| 사회선택이론 | 개인 선호를 모아 사회적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 | 큰 분야(애로우 정리는 그 핵심 결과) |
| 기버드–새터스웨이트 정리 | 선택지가 3개 이상이면 독재가 아닌 모든 투표 규칙은 거짓 선호 보고로 결과를 바꿀 여지가 있다는 정리 | 거짓 보고(전략적 투표) |
| 중위투표자 정리 | 선호가 단봉이면 다수결 결과가 중간 유권자의 선호가 된다는 정리 | 단봉 선호에서의 다수결 |
| 투표의 역설 | 한 표의 영향이 미미한데도 많은 사람이 투표하는 현상 | 투표 참여의 이유 |
참고 문헌
- Arrow, K. J. (1951). Social Choice and Individual Values. Wiley.
- Black, D. (1948). On the rationale of group decision-making.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56(1), 23–34.
- Sen, A. (1970). Collective Choice and Social Welfare. Holden-Day.
- Sen, A. (1999). The possibility of social choice. The American Economic Review, 89(3), 349–378.
- Gaertner, W. (2006). A Primer in Social Choice Theory. Oxford University Press.
표의 기준값은 위 문헌에 근거한 관례이며, 분야·학술지마다 다른 기준을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