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데르발스 힘 (van der Waals force)

화학
한 줄 정의: 분자나 원자 사이에 작용하는, 전자의 순간적인 분포 치우침에서 비롯되는 약한 인력입니다.

쉽게 풀면

게코도마뱀은 발바닥에 흡착판이나 끈끈이가 없는데도 매끈한 유리벽에 거꾸로 매달릴 수 있습니다. 비결은 발바닥의 미세한 털과 유리 표면 사이에서 생기는 아주 약한 인력, 바로 반데르발스 힘입니다. 원자 안의 전자는 한자리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이 때문에 아주 짧은 순간 전자가 한쪽으로 살짝 쏠려 순간적인 (+)와 (-) 쏠림이 생깁니다. 이 순간적인 쏠림이 옆에 있는 분자의 전자 분포에도 비슷한 쏠림을 유도해서, 둘 사이에 미약하지만 분명한 끌어당기는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하나하나는 아주 약하지만, 접촉면이 넓어지면 이 힘들이 합쳐져 게코도마뱀의 체중을 지탱할 만큼 커집니다.

왜 중요한가

반데르발스 힘은 공유결합이나 이온결합처럼 강한 결합이 없는 상황에서도 분자들을 서로 붙잡아두는 유일한 힘이기 때문에, 고분자·나노소재의 접착 특성, 단백질의 접힘 구조, 흡착 현상을 다루는 논문 전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원자 수준의 미세한 인력이 거시적인 접착력이나 물성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설명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도 자주 인용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두 표면 사이에 작용하는 반데르발스 힘은 거리의 여섯제곱에 반비례하여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장은 반데르발스 힘이 원자·분자 사이의 거리가 조금만 멀어져도 매우 빠르게 약해지는, 아주 짧은 거리에서만 유효한 힘이라는 것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는 뜻입니다.

"단백질-리간드 결합 부위에서 반데르발스 상호작용이 결합 안정성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구조생물학·약물설계 논문에서는 단백질과 결합 후보 물질(리간드) 사이의 반데르발스 힘이 전체 결합 세기 중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분석해 신약 설계에 활용한다.

"그래핀 시트를 적층할 때 층간 결합은 주로 반데르발스 힘에 의해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나노소재 논문에서는 원자 두께의 얇은 층들이 강한 화학결합 없이 반데르발스 힘만으로도 서로 붙어 적층 구조를 이룬다는 점을 설명할 때 이 개념을 사용한다.

조금 더 깊게 보면

반데르발스 힘은 하나의 단일한 힘이 아니라, 극성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배향력, 극성 분자가 비극성 분자에 순간적인 쏠림을 유도하는 유도력, 비극성 분자 사이에서도 전자의 요동으로 생기는 분산력(런던 분산력)을 합쳐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 중 분산력은 모든 분자 사이에 공통으로 존재하며, 분자의 크기와 전자 수가 클수록 대체로 더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밀도범함수이론 등 양자화학 계산에서는 반데르발스 힘 같은 약한 장거리 상호작용을 정확히 재현하기가 까다로워, 이를 보정하는 여러 계산 기법이 별도로 개발되어 있습니다.

주의할 점

반데르발스 힘은 원자 사이에 전자를 실제로 공유하거나 주고받는 공유결합이나 이온결합과는 세기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약합니다. 그래서 반데르발스 힘만으로 뭉쳐 있는 물질(예: 드라이아이스)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녹거나 승화하지만, 공유결합·이온결합으로 이루어진 물질은 훨씬 높은 온도가 필요합니다. "결합"이라는 표현을 쓰더라도 화학결합과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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