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화재 (Travelling Fire)

소방방재학
한 줄 정의: 넓은 공간에서 화재가 바닥 전체에 동시에 번지지 않고 일부 구역만 태우며 이동해 가는 화재 거동을 뜻합니다.

쉽게 풀면

넓은 사무실 바닥에 놓인 가구가 한꺼번에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한쪽 구역이 다 타고 나면 그 옆으로 불이 옮겨 가며 천천히 방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생각하면 됩니다. 잔디밭에 붙은 불이 띠 모양으로 번져 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기존 내화설계는 실 전체가 동시에 같은 온도가 된다고 가정했지만, 대공간에서는 이 가정이 맞지 않습니다. 불길 바로 아래 구조부재는 매우 높은 온도를 짧게 겪고, 멀리 있는 부재는 낮은 온도를 오래 겪습니다. 이렇게 위치와 시간에 따라 다른 온도 이력을 받는다는 점이 이동화재 개념의 핵심입니다.

왜 중요한가

대공간 건축물이 늘면서 표준화재곡선의 균일온도 가정이 실제와 다르다는 문제의식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부재가 겪는 실제 온도이력을 화재 위치와 시간의 함수로 다루면, 균일 가정으로는 잡히지 않던 취약 시나리오를 찾아낼 수 있어 구조내화 성능평가의 정밀도를 높여 줍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이동화재 방법론을 적용하여 대공간 사무소 건물 기둥의 시간별 온도이력을 산정하였다"

화재가 바닥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시나리오를 세우고, 각 시점에 기둥이 받는 열을 계산했다는 뜻입니다. 부재 위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화재면적비를 작게 가정한 시나리오에서 부재 최고온도가 균일온도 가정보다 높게 나타났다"

불길이 좁은 구역에 집중되면 그 아래 부재는 국부적으로 더 뜨거워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균일 가정이 항상 안전측이 아님을 보여 줍니다.

"이동화재 시나리오에서는 화재지속시간이 길어져 내화피복의 장시간 성능이 주요 변수로 확인되었다"

화재가 구역을 옮겨 가며 타면 전체 지속시간이 길어지므로, 짧고 강한 화재를 전제한 피복 설계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이동화재 해석에서는 화재를 근접장과 원거리장으로 나눕니다. 근접장은 화염이 실제로 놓인 구역으로 국부화재에 가까운 매우 높은 온도를 부여하고, 원거리장은 나머지 공간으로 연기층의 평균온도를 부여합니다. 전체 바닥면적 대비 근접장이 차지하는 비율을 화재면적비로 두고 이 값을 넓게 변화시키며 여러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화재면적비가 크면 강하고 짧은 화재가, 작으면 약하고 긴 화재가 되어 서로 다른 부재가 임계상태에 도달합니다. 어떤 화재면적비가 실제 하중조건에서 지배적인지는 아직 논의가 이어지는 주제입니다.

주의할 점

이동화재는 화재가 실 전체로 커지는 플래시오버 이후의 최성기 화재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플래시오버가 성립하기 어려운 대공간에서 나타나는 별개의 거동입니다. 소규모 구획에는 적용 대상이 아니며, 표준화재곡선보다 항상 가혹하거나 항상 완화된 결과를 주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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