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죄의 기수시기 (Time of Consummation of Tax Evasion Crime)
쉽게 풀면
장부를 조작하는 행위 자체가 곧바로 범죄의 완성은 아닙니다. 조작한 장부를 근거로 신고 기한이 지나 버려 국가가 받아야 할 세금을 실제로 받지 못하게 된 순간에 비로소 포탈이 완성됩니다. 스스로 신고해서 내는 세금은 법에 정해진 신고납부기한이 지난 때, 나라가 고지서를 보내 걷는 세금은 고지서의 납부기한이 지난 때가 그 시점입니다. 시험으로 치면 답안지에 손을 댄 순간이 아니라 그 답안지를 내고 회수까지 끝난 순간을 기준으로 삼는 셈입니다.
왜 중요한가
공소시효를 언제부터 세는지, 여러 해에 걸친 포탈을 몇 개의 죄로 볼지, 포탈세액을 어느 시점 기준으로 계산할지가 모두 이 시점에서 갈립니다. 형사 처벌 가능 여부와 과세권 행사 기간을 동시에 좌우하기 때문에 조세형사 판례 연구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투어지는 쟁점입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부정한 행위를 한 날이 아니라 신고 기한이 지나 세수 확보가 좌절된 날부터 시효를 세었다는 뜻으로, 기소가 가능한지를 좌우하는 실질적인 판단입니다.
정부가 세액을 결정해 고지하는 세목에서는 고지서에 적힌 기한이 지난 시점이 기준이 된다는 뜻으로, 세액 확정 방식에 따라 기준이 달라짐을 보여 줍니다.
과세기간마다 별개의 죄로 볼지 하나로 묶을지가 기수시기 판단과 맞물린다는 점에 착안한 연구로, 시효와 양형에 어떤 결과가 따랐는지를 함께 살폈습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조세범처벌법은 기수시기를 두 갈래로 규정합니다. 신고납세방식 조세는 법정신고납부기한이 지난 때, 정부가 부과·징수하는 조세는 납세고지서의 납부기한이 지난 때입니다. 무신고와 과소신고, 부정한 환급·공제의 경우 각각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볼지, 과세기간별로 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실체적 경합으로 처리할지 포괄일죄로 묶을지에 관한 논의가 이어집니다. 포탈의 고의와 부정한 행위는 성립 요건이고, 기수시기는 그 요건이 갖추어졌을 때 언제 완성되는지를 정하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주의할 점
장부 조작이나 허위 계약서 작성처럼 부정행위를 한 시점과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국세부과제척기간의 기산일은 과세표준 신고기한의 다음 날 등 별도 규정에 따르므로, 형사상 기수시기와 세법상 제척기간 기산일은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