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딩 트라이얼 (Seeding Trial)
쉽게 풀면
제약회사가 신약을 출시한 뒤, 수백 명의 의사들에게 "이 약의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해 달라"며 소액의 연구비를 지급하고 환자에게 처방하도록 요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정식 임상시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학적으로 중요한 질문에 답하기보다 참여한 의사들이 그 약을 처방하는 습관을 들이고 주변에 입소문을 내도록 유도하려는 마케팅 전략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씨앗을 뿌리듯 처방 습관을 퍼뜨린다는 뜻에서 시딩 트라이얼(seeding trial)이라 부릅니다. 마치 무료 체험판을 나눠주며 실은 사용 습관을 들이려는 마케팅과 비슷하지만, 여기서는 환자가 실험 대상이 되고 "임상시험"이라는 과학의 이름을 빌린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왜 중요한가
시딩 트라이얼은 연구윤리와 출판윤리 논문에서 임상시험 제도가 상업적 목적으로 오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다뤄집니다. 환자를 과학적 근거 없이 실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연구대상자 보호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크고, 왜곡된 처방 데이터가 이후 근거 기반 의학의 신뢰성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제약산업과 임상연구의 이해상충 문제를 다루는 논문에서 자주 인용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이 문장은 연구자들이 논문의 설계와 참여기관 구성을 근거로, 해당 연구가 실제로는 신약 처방을 늘리려는 목적의 마케팅 활동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는 뜻입니다. 이런 연구는 명확한 가설이나 임상시험 등록 목적 없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약품뿐 아니라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시판 후 조사나 관찰연구가 실제 사용 습관을 확산시키려는 목적으로 설계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구윤리 및 정책 논문에서는 시딩 트라이얼이 제도의 허점을 파고드는 사례로 다뤄지며, 이를 걸러내기 위한 심사 절차 개선 방안이 함께 논의됩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시딩 트라이얼을 식별하는 데 학계에서 흔히 제시하는 단서로는, 연구 질문이 이미 답이 나와 있거나 사소한 경우가 많다는 점, 참여기관이 소수의 환자만 등록하는 개원의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다는 점, 통계적 검정력 계산이 부실하거나 아예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정상적인 임상시험의 설계 원칙과 대비되기 때문에, 연구 설계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이 시딩 트라이얼 여부를 가리는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됩니다.
주의할 점
시딩 트라이얼은 겉모습이 정상적인 임상시험과 크게 다르지 않아 논문만 봐서는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연구비 출처와 저자들의 이해상충 공개, 참여기관의 성격(학술 연구기관인지 일반 개원의인지), 연구 설계가 과학적 질문에 걸맞은 통계적 검정력을 갖췄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시딩 트라이얼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