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세미 혼합물 (racemic mixture)
쉽게 풀면
라세미 혼합물은 서로 거울상 관계에 있는 두 이성질체가 똑같은 양으로 섞여 있는 상태를 말해요. 각각의 이성질체는 빛을 반대 방향으로 같은 크기만큼 회전시키기 때문에, 섞으면 회전 효과가 서로 상쇄되어 전체적으로는 빛을 회전시키지 않게 됩니다. SN1 반응처럼 카보양이온을 거치는 반응에서는 양쪽에서 친핵체가 공격할 수 있어 라세미 혼합물이 자주 생성돼요.
왜 중요한가
의약품처럼 거울상 이성질체마다 생체 활성이 크게 다른 경우가 많아, 반응이 라세미 혼합물을 만드는지 아니면 한쪽 이성질체만 선택적으로 만드는지는 합성화학·제약화학 논문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원치 않는 라세미화는 의약품의 효능이나 안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를 억제하거나 반대로 원하는 한쪽 이성질체만 얻어내는 비대칭 합성 기법이 활발한 연구 주제가 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합성 경로를 제안하는 논문에서는 생성물이 라세미체인지 아닌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보고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카보양이온을 거치는 반응에서 라세미화가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한다.
제약화학 분야에서는 하나의 약물이 라세미 혼합물로 판매되더라도 실제 약효는 한쪽 이성질체에서만 나타나는 경우가 있음을 이런 식으로 서술합니다.
합성화학 논문에서는 라세미 혼합물이 만들어지던 기존 반응을, 촉매를 통해 한쪽 이성질체를 선택적으로 얻는 방향으로 개선했다는 성과를 이렇게 보고합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라세미 혼합물에서 원하는 한쪽 이성질체만 분리해내는 과정을 광학 분할(resolution)이라 하며, 카이랄 고정상을 이용한 크로마토그래피나 카이랄 산·염기와의 결정화 등의 방법이 흔히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원리상 나머지 절반을 버리게 되어 비효율적이므로, 최근에는 처음부터 원하는 이성질체만 만들어내는 비대칭 촉매 합성이 더 선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라세미 혼합물의 광학 비활성은 두 이성질체가 정확히 같은 양(1:1)일 때만 성립하며, 비율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스칼레믹 혼합물(scalemic mixture)이라 불리는 별도의 상태가 됩니다.
주의할 점
라세미 혼합물은 메소 화합물과 달리 두 개의 서로 다른 분자가 섞인 상태라는 점에서 구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