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펩타이드 (Neuropeptide)

뇌과학·신경과학 의학
한 줄 정의: 뉴런이 분비하는, 아미노산이 여러 개 연결된 짧은 단백질 형태의 신호물질로 일반 신경전달물질보다 느리고 넓은 범위에서 오래 작용합니다.

쉽게 풀면

일반적인 신경전달물질이 옆자리 사람에게 짧은 쪽지를 건네는 "즉석 메모"라면, 신경펩타이드는 건물 전체에 방송으로 공지사항을 알리는 "안내방송"에 가깝습니다.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 틈을 사이에 둔 바로 옆 뉴런에게 수 밀리초 만에 신호를 전달하고 사라지지만, 신경펩타이드는 더 큰 분자로 만들어져 분비된 뒤 주변 여러 뉴런에 걸쳐 퍼지면서 수 분에서 수 시간 동안 배고픔, 스트레스 반응, 사회적 유대감, 통증 조절 같은 좀 더 "느리고 폭넓은" 뇌 상태를 조절하는 데 관여합니다. 옥시토신, 엔도르핀, 오렉신 같은 물질이 대표적인 신경펩타이드입니다.

왜 중요한가

신경펩타이드는 식욕, 수면-각성, 스트레스 반응, 사회적 유대, 통증 조절처럼 생존과 직결된 뇌의 항상성 기능을 폭넓게 조절하기 때문에, 정신의학·내분비학·행동신경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지는 연구 대상입니다. 옥시토신이나 오렉신처럼 특정 신경펩타이드를 표적으로 한 약물이 사회성 장애나 수면장애의 치료 후보로 연구되고 있어, 임상 응용 가능성이 큰 주제이기도 합니다. 또한 신경펩타이드는 기존 신경전달물질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느리고 지속적인 뇌 상태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로 여겨집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비강 내 옥시토신(oxytocin) 신경펩타이드 투여군은 위약군에 비해 타인의 표정에서 정서를 인식하는 과제의 정확도가 유의하게 높았다."

이 문장은 옥시토신이라는 신경펩타이드를 코를 통해 투여했더니,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에 변화가 생겼다는 뜻입니다. 신경펩타이드는 이처럼 사회적 행동이나 정서 조절을 다루는 연구에서 실험적으로 투여하거나 혈중·뇌척수액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흔히 사용됩니다.

"시상하부 오렉신(orexin) 뉴런의 활성 저하는 기면증 환자에서 관찰되는 수면-각성 조절 장애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수면의학 연구에서, 각성 상태를 유지시키는 신경펩타이드를 만드는 뉴런이 줄어들면 낮에 갑자기 잠에 빠지는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실험동물에서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방출인자(CRF) 신경펩타이드 발현이 편도체에서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스트레스 생물학 연구에서, 스트레스 반응을 촉발하는 신경펩타이드가 정서 처리에 중요한 뇌 영역인 편도체에서 더 많이 만들어졌다는 뜻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신경펩타이드는 일반 신경전달물질과 달리 시냅스 소낭이 아닌 큰 유동성 소낭(large dense-core vesicle)에 저장되어 분비되며, 분비된 뒤에도 시냅스 틈에 국한되지 않고 확산되어 비교적 먼 거리의 수용체에까지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같은 뉴런이 고전적 신경전달물질과 신경펩타이드를 함께 분비하는 공동전달(co-transmission) 현상도 흔히 관찰되어, 두 신호가 어떻게 함께 작용하는지가 최근 연구의 관심사입니다. 연구에서는 특정 신경펩타이드 수용체에만 결합하는 작용제나 길항제를 투여해 그 기능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 자주 쓰입니다.

주의할 점

신경펩타이드도 넓은 의미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의 한 종류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분자 크기와 작용 시간, 확산 범위가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고전적" 신경전달물질과는 크게 다릅니다. 두 용어를 완전히 같은 것으로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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