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시계 (Molecular Clock)

생물학
한 줄 정의: DNA나 단백질의 서열이 일정한 속도로 돌연변이를 축적한다는 가정을 이용해, 두 종이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시점을 추정하는 방법입니다.

쉽게 풀면

모래시계는 일정한 속도로 모래가 떨어지기 때문에, 쌓인 모래의 양을 보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분자시계도 비슷한 원리입니다. DNA는 세대를 거치며 일정한 평균 속도로 돌연변이가 쌓이는데, 두 종의 DNA 서열을 비교해서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를 세면 "이 정도 차이가 쌓이려면 대략 몇 만 년, 몇 백만 년이 걸렸겠구나"라고 거꾸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화석이 없는 시기라도 살아있는 생물의 DNA만 있으면 분화 시점을 추정할 수 있다는 점이 이 방법의 강점입니다.

왜 중요한가

화석 기록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생물종의 분화 시점을 살아있는 생물의 유전 정보만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자시계는 진화생물학과 계통분류학 논문에서 화석 증거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핵심 도구로 쓰입니다. 종의 분화 시기를 지질학적 사건, 기후 변화, 대륙 이동 등과 연결지어 논의하는 거의 모든 진화사 연구에서 분자시계 개념이 근거로 등장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미토콘드리아 DNA의 염기서열 차이를 분자시계에 적용한 결과, 두 자매종은 약 320만 년 전에 분기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문장은 두 종의 DNA를 비교해 나온 돌연변이 개수를, 알려진 평균 돌연변이 속도로 나누어 분기 시점(약 320만 년 전)을 계산했다는 뜻입니다.

"식물 엽록체 유전체를 이용한 분자시계 추정에서 해당 속(genus)의 다양화는 신생대 중반에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계통학 연구에서는 핵 DNA 대신 엽록체처럼 특정 세포소기관의 유전체를 분자시계 재료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는 뜻입니다.

"단백질 서열의 아미노산 치환율을 분자시계로 환산하여 척추동물 주요 분류군의 분기 시점을 재구성하였다."

DNA뿐 아니라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변화율도 분자시계의 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문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분자시계가 정확히 작동하려면 돌연변이가 실제로 일정한 속도로 쌓인다는 가정이 성립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세대 시간, 대사율, 자연선택의 강도 등에 따라 계통마다 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연구에서는 모든 계통에 동일한 속도를 가정하는 대신, 계통별로 속도가 다를 수 있음을 통계적으로 허용하는 완화 분자시계 모델을 널리 사용합니다. 또한 연대가 확실한 화석이나 지질 사건을 보정점으로 활용해 시계의 절대적인 속도를 눈금 맞추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지며, 이 보정 방식이 최종 추정 연대의 신뢰도를 크게 좌우합니다.

주의할 점

분자시계는 모든 유전자, 모든 계통에서 돌연변이 속도가 똑같다고 가정하지만 실제로는 종이나 유전자에 따라 속도 차이가 있어 추정치에 오차가 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표준화석과 시상화석처럼 연대가 확실한 화석 자료로 시계의 속도를 보정(calibration)하는 과정이 함께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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