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반 (Livor Mortis)
쉽게 풀면
심장이 멈추면 더 이상 혈액을 온몸으로 밀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혈액은 중력에 이끌려 몸에서 가장 낮은 부위로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그 결과 시신이 놓인 자세에 따라 등이나 엉덩이처럼 바닥에 닿은 부위 피부에 자주색 또는 붉은 자주색 얼룩이 생기는데, 이것이 시반입니다. 시반이 생긴 위치를 보면 시신이 어떤 자세로 놓여 있었는지, 혹은 자세가 바뀌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왜 중요한가
시반은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하는 지표이자, 시신이 사후에 이동되었는지를 판단하는 단서로도 활용됩니다. 이런 이유로 법의병리학 논문에서 시반의 색조, 위치, 고정 여부를 관찰하는 방법론이 자주 다뤄집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몸의 뒤쪽에 나타난 얼룩의 색과 퍼진 범위를 기록했다는 뜻입니다.
시반이 눌러도 사라지지 않고 고정되었는지를 보고 시신 자세가 바뀌었을 가능성을 살펴봤다는 의미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시반은 사망 직후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고정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초기에는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색이 일시적으로 사라지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혈액 성분이 조직에 스며들어 눌러도 색이 사라지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이 고정 여부는 사망 후 대략적인 경과 시간과 시신의 체위 변경 여부를 판단하는 데 참고됩니다. 시반이 나타나야 할 부위에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반대쪽에 남아있다면, 이는 시신이 사망 후 상당 시간이 지난 뒤에 자세가 바뀌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시반이 형성되는 부위 피부를 눌러보는 검사 외에도, 의심 부위를 절개해 혈액이 혈관 안에 머물러 닦이면 시반, 조직 속으로 새어 나와 고여 있으면 피하출혈(멍)로 구분하기도 한다.
주의할 점
시반의 진행 속도는 주변 온도나 개인의 신체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단독으로 정확한 사망 시각을 특정하기보다는 다른 소견과 함께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저체온사나 일산화탄소 중독처럼 특정 사인에서는 시반의 색조가 일반적인 자주색과 다르게 선홍색 등으로 나타날 수 있어, 색조 자체가 사인 추정의 보조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일산화탄소 중독 시 나타나는 선홍색 시반처럼 특정 색조가 특정 중독을 강하게 시사할 수 있지만, 이는 확정 진단이 아니라 추가 독성학 검사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다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