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종 (Keystone Species)
쉽게 풀면
돌다리를 이루는 아치를 떠올려 보세요. 아치의 맨 꼭대기에는 '쐐기돌(keystone)'이라는 돌 하나가 있는데, 이 돌은 크기는 작지만 이것이 빠지면 아치 전체가 와르르 무너집니다. 생태계에도 이런 돌 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해달입니다. 해달은 성게를 잡아먹는데, 해달이 사라지면 성게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해조류 숲(켈프숲)을 다 갉아먹어 버립니다. 그러면 켈프숲에 의지해 살던 물고기와 무척추동물들까지 줄줄이 사라지게 됩니다. 해달 한 종의 존재 여부가 생태계 전체의 모습을 바꿔버리는 것, 이것이 핵심종 개념입니다.
왜 중요한가
핵심종 개념은 생태계 보전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실질적인 기준을 제공하기 때문에 보전생물학과 생태계 관리 정책 연구에서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어떤 종을 보호할지 결정할 때, 개체수가 많은 종보다 생태계 구조를 지탱하는 핵심종을 우선 보호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논리가 여러 복원 생태학 연구의 바탕이 됩니다. 또한 기후변화나 서식지 파괴로 핵심종이 사라졌을 때 생태계가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예측하는 연구에도 널리 활용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이 문장은 해달이라는 한 종의 존재 유무가 성게와 켈프의 개체수를 통해 연안 생태계 구조 전체를 좌우한다는 실증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 문장은 "포식자인 불가사리를 없애자 특정 먹이 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오히려 전체 생물종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뜻입니다.
이 문장은 "먹이가 부족한 시기에 여러 동물의 먹이원이 되어주는 무화과나무 한 종이 사라지면 숲 전체의 동물 구성이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뜻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핵심종은 다시 역할에 따라 포식을 통해 먹이 개체수를 조절하는 핵심 포식자, 다른 종의 서식 환경 자체를 만들어내는 생태계 조성자(비버 등), 결정적 시기에 먹이를 공급하는 핵심 먹이원 등으로 세분되기도 합니다. 핵심종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단순히 개체수나 생물량이 아니라, 그 종을 제거했을 때 군집 구조와 종 다양성이 얼마나 크게 달라지는지를 나타내는 상대적 영향력 지표가 활용됩니다.
주의할 점
핵심종은 반드시 개체수가 많거나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체수가 적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종(예: 특정 곤충이나 균류)도 핵심종일 수 있습니다. 핵심종의 영향력은 개체수가 아니라 생태계서비스에 미치는 상대적 파급력으로 판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