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 (ICD-11)

의학
한 줄 정의: 전 세계 의료진과 연구자가 질병과 사망 원인을 같은 기준의 고유 코드로 기록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세계보건기구(WHO)가 만든 표준 질병 분류 체계입니다.

쉽게 풀면

도서관에서 책마다 고유한 분류번호를 매겨두면, 어느 나라 도서관에 가도 같은 번호로 같은 종류의 책을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ICD-11은 질병에 대해 이런 역할을 합니다. "당뇨병", "우울증", "폐렴" 같은 진단마다 전 세계 공통의 코드를 부여해두어서, 한국 병원의 진료기록과 미국 병원의 진료기록이 같은 코드를 쓰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더라도 같은 질병을 가리킨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 덕분에 국가 간 질병 통계 비교, 보험 청구, 대규모 역학 연구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왜 중요한가

ICD 코드는 임상 연구의 대상자 선정 기준이자 국가 통계·보험 청구의 공통 언어이기 때문에, 역학, 보건정책, 임상역학 연구에서 서로 다른 병원·국가의 자료를 비교 가능하게 만드는 기반이 됩니다. 대규모 전자의무기록이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연구 대상 질환을 정의하는 출발점으로 ICD 코드가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연구 대상자의 우울증 진단은 ICD-11 기준(코드 6A70)에 부합하는 경우로 한정하였다."

이 문장은 연구팀이 참가자를 모집할 때, 임의의 기준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통일된 ICD-11 진단 코드를 기준으로 우울증 여부를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하면 다른 나라 연구와도 결과를 비교하기 쉬워집니다.

"건강보험 청구자료에서 ICD-11 기반 코드로 확인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후향적 코호트를 구성하였다."

진료기록에 남은 표준 질병 코드를 이용해 제2형 당뇨병을 앓은 적이 있는 환자들을 찾아내고, 이들을 대상으로 과거 자료를 되짚어보는 연구 집단을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는 ICD-11에서 새롭게 질병 코드로 등재된 이후 관련 역학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전에는 공식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상태가 새 개정판에서 정식 진단명으로 인정되면서, 이를 다루는 연구도 함께 활발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ICD-11은 이전 판인 ICD-10에 비해 코드 구조를 확장하고 전통의학 관련 장을 새로 추가하는 등 개정이 이뤄졌지만, 국가나 기관에 따라 여전히 ICD-10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논문에서는 어떤 버전의 코드를 사용했는지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ICD 코드로 정의한 질병군은 실제 임상 진단 과정의 오류나 코딩 관행의 차이로 인해 실제 질환 상태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특정 코드 조합이나 반복 진단 기록을 함께 요구하는 정의 방식(알고리즘)을 쓰기도 합니다.

주의할 점

정신질환 진단에는 미국정신의학회가 만든 DSM-5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도 널리 쓰이는데, ICD-11과 DSM-5는 목적과 관리 주체가 다릅니다. ICD-11은 WHO가 관리하며 모든 질병(정신질환뿐 아니라 신체질환까지)을 포괄하는 국제 표준 통계·행정 코드 체계인 반면, DSM-5는 정신질환의 세부 진단기준을 제시하는 임상 매뉴얼에 가깝습니다. 두 체계의 진단명과 기준이 완전히 똑같지 않을 수 있으므로, 논문을 읽을 때 어느 기준을 사용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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