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과 고랑 (Gyrus and Sulcus)

뇌과학·신경과학
한 줄 정의: 대뇌피질 표면이 주름진 모양을 이루는 볼록한 부분(이랑)과 오목하게 패인 부분(고랑)을 가리킵니다.

쉽게 풀면

넓은 이불을 작은 상자에 구겨 넣으면 표면이 울퉁불퉁 접히듯이, 사람의 대뇌피질도 좁은 두개골 안에 최대한 많은 표면적을 담기 위해 잔뜩 접혀 있습니다. 이때 겉으로 볼록 튀어나온 산등성이 같은 부분을 '이랑(gyrus)', 그 사이 움푹 들어간 골짜기 같은 부분을 '고랑(sulcus)'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표면을 접어 놓은 덕분에 뇌는 부피를 크게 키우지 않고도 훨씬 넓은 피질 면적, 즉 더 많은 신경세포를 담을 수 있습니다. 중심고랑이나 가쪽고랑처럼 특히 깊고 뚜렷한 고랑은 뇌를 이마엽·마루엽·관자엽·뒤통수엽 같은 큰 구역으로 나누는 경계 표지로도 쓰입니다.

왜 중요한가

이랑과 고랑의 위치와 모양은 뇌의 특정 영역을 가리키는 좌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경영상 연구에서 관심 영역을 정의하거나 다른 사람의 뇌와 비교할 때 기본 지표로 쓰입니다. 또한 피질이 얼마나 복잡하게 접혔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는 뇌 발달 과정이나 여러 정신·신경질환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를 정량적으로 추적하는 연구에서 자주 활용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구조 MRI 영상에서 피질의 이랑-고랑 접힘 정도(뇌회지수)를 측정한 결과, 조현병 환자군에서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낮게 나타났다."

이 문장은 피질 표면이 접힌 정도를 정량화한 지표가 특정 정신질환에서 뇌 발달 이상을 보여주는 생체지표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태아기 초음파 및 MRI 영상을 이용해 재태연령별 주요 고랑의 출현 시기를 추적한 결과, 예상되는 발달 순서를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신경과학 논문에서는 이처럼 특정 고랑이 태아기의 어느 시점에 나타나는지를 뇌 발달의 정상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뇌수술 계획 수립을 위해 개인별 fMRI 활성화 영역을 해당 환자의 이랑-고랑 구조에 정합하여 절제 경계를 설정하였다."

임상신경외과 논문에서는 기능 영상 결과를 개인의 실제 해부학적 구조와 맞춰 수술 계획을 세울 때 이랑-고랑 정보를 활용한다.

조금 더 깊게 보면

피질이 접힌 정도는 흔히 뇌회지수(gyrification index)라는 지표로 정량화되는데, 이는 실제 피질 표면적을 겉으로 드러난 매끄러운 윤곽의 표면적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됩니다. 사람마다 이랑과 고랑의 세부적인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중심고랑이나 가쪽고랑처럼 주요한 고랑의 위치는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뇌 영상을 비교할 때 이런 큰 고랑을 기준점으로 정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의할 점

이랑과 고랑은 뇌 영역의 '겉모양'을 가리키는 해부학 용어일 뿐, 그 자체로 특정 기능을 뜻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언어와 관련된 기능은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처럼 이랑·고랑으로 구획된 특정 부위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며, 이랑이나 고랑이라는 이름 자체가 기능을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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