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암호 (Genetic Code / Codon)
쉽게 풀면
알파벳 26글자로 수많은 단어를 만들 수 있듯이, DNA와 RNA는 A, T(U), G, C라는 단 4개의 염기만으로 모든 생명체의 단백질 설계도를 표현합니다. 다만 글자 하나만으로는 20종류나 되는 아미노산을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염기 3개를 한 묶음으로 묶어서 하나의 "단어"로 사용합니다. 이 3글자 묶음을 코돈(codon)이라고 부르며, 예를 들어 mRNA의 AUG라는 코돈은 "메티오닌이라는 아미노산을 붙여라"는 뜻이자 동시에 번역을 시작하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코돈과 아미노산을 짝지어 놓은 대응표 전체를 유전암호(genetic code)라고 하며, 이 암호표는 사람이든 세균이든 거의 모든 생물이 공통으로 사용합니다.
왜 중요한가
유전암호는 DNA 서열 정보를 실제 단백질로 옮기는 번역 과정의 규칙 그 자체이기 때문에, 유전자 변이가 질병을 일으키는 기전을 설명하거나 유전자 편집·합성생물학에서 원하는 단백질을 설계할 때 반드시 참조해야 하는 기초 지식입니다. 또한 유전암호가 거의 모든 생물종에서 공통으로 쓰인다는 사실은, 한 생물종에서 밝혀낸 유전자를 다른 생물종의 세포에서 발현시키는 유전공학 기술의 이론적 토대가 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이 문장은 DNA 염기 하나가 바뀌면서 코돈이 원래 지정하던 아미노산 대신 "번역을 멈추라"는 신호(종결 코돈)로 바뀌어, 단백질이 중간에 끊겨 만들어졌다는 뜻입니다.
합성생물학·유전공학 연구에서는 같은 아미노산이라도 생물종마다 더 자주 쓰는 코돈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유전자 서열을 목적 생물에 맞게 바꾸는 코돈 최적화 기법이 흔히 사용됩니다.
진화생물학·분자생물학 연구에서는 유전암호가 거의 보편적이지만 미토콘드리아처럼 일부 예외가 존재한다는 점을 밝히는 비교 분석도 이루어집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염기 3개로 만들 수 있는 조합은 4³ = 64가지인 반면 아미노산은 20종류뿐이라, 대부분의 아미노산은 여러 개의 코돈으로 지정되는 축퇴성(degeneracy)을 가지며, 이 여분의 코돈들 중 어떤 것을 더 자주 쓰는지를 나타내는 것이 코돈 사용 편향(codon usage bias)입니다. 이 편향은 생물종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유전자를 다른 생물에서 발현시키려면 앞서 언급한 코돈 최적화 과정이 필요하며, 코돈 사용 편향 자체도 진화 계통을 비교하는 데 쓰이는 정보가 됩니다.
주의할 점
코돈 하나가 반드시 하나의 고유한 아미노산에만 대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코돈이 같은 아미노산을 지정할 수 있어(이를 코돈의 축퇴성이라 함), 염기 하나가 바뀌어도 아미노산은 그대로 유지되는 돌연변이도 있습니다. 반대로 종결 코돈처럼 아미노산이 아닌 "번역 중단" 신호를 지정하는 코돈도 있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