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설계 (인과비교연구)

연구방법론
한 줄 정의: 독립변수를 연구자가 조작하거나 무작위로 배정하지 않고, 이미 자연적으로 나뉘어 있는 집단 간 차이를 사후에 비교해 원인을 추정하는 연구설계입니다.

쉽게 풀면

흡연이 폐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고 해봅시다. 사람을 무작위로 뽑아 "당신은 오늘부터 담배를 피우세요"라고 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 연구자는 이미 흡연자인 사람들과 비흡연자인 사람들을 찾아내어, 두 집단의 폐암 발생률을 사후에 비교합니다. 이렇게 독립변수(여기서는 흡연 여부)가 연구 시작 전에 이미 정해져 있고, 연구자는 그 결과만 나중에 관찰·비교하는 방식이 사후설계입니다.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기존 질병 유무처럼 애초에 조작이 불가능하거나 조작하면 비윤리적인 변수를 다룰 때 널리 쓰입니다.

왜 중요한가

사후설계는 윤리적·현실적 이유로 무작위 배정이 불가능한 변수(흡연,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과거 트라우마 경험 등)를 다뤄야 하는 연구에서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에, 역학·심리학·교육학 등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입니다. 무작위대조시험처럼 강한 인과 추론은 어렵지만, 실험이 불가능한 현실 세계의 위험요인과 결과 사이의 연관성을 탐색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이후 더 정밀한 연구를 설계하기 위한 출발점 역할도 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본 연구는 흡연 여부에 따라 집단을 구분한 사후설계(ex post facto design)를 채택하여 두 집단의 폐기능 검사 결과를 비교하였다."

이 문장은 "흡연이라는 변수를 실험적으로 배정하지 않고, 이미 흡연자와 비흡연자로 나뉜 사람들을 찾아 결과를 비교했다"는 뜻입니다.

"아동기 학대 경험 유무에 따라 성인기 우울 수준을 비교하는 사후설계를 통해 두 집단 간 유의한 차이를 확인하였다."

이 문장은 심리학 연구에서, 연구자가 학대 경험을 실험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으므로 이미 그런 경험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을 사후에 비교했다는 뜻입니다.

"부모의 학력 수준에 따라 학생을 집단화한 사후설계를 이용해 학업성취도 차이를 분석하였다."

이 문장은 교육학 연구에서, 부모의 학력이라는 이미 정해진 배경변수에 따라 학생들을 나누고 그 결과인 학업성취도를 비교했다는 뜻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사후설계의 가장 큰 한계는 무작위 배정이 없어 두 비교 집단이 관심 변수 외에도 여러 특성에서 체계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이며, 이런 차이를 만드는 제3의 변수를 혼입변수라고 부릅니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통계적으로 두 집단의 배경 특성을 맞추는 매칭이나, 회귀분석에서 혼입변수를 공변량으로 포함시키는 방법을 흔히 사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측정하지 못한 혼입변수가 남아있을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사후설계로 얻은 결과는 인과관계보다는 연관성으로 해석하고 후속 연구로 검증하는 것이 일반적인 태도입니다.

주의할 점

사후설계는 무작위 배정이 없기 때문에 두 집단이 흡연 여부 외에도 여러 면에서 다를 수 있습니다(예: 흡연자가 음주도 더 많이 하는 경우). 이런 선택편향과 혼입변수 때문에 사후설계는 상관관계를 보여줄 수는 있어도, 무작위대조시험만큼 확실한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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