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회성 (Eusociality)
쉽게 풀면
개미나 꿀벌 집단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여왕개미(여왕벌) 한 마리 또는 소수만 알을 낳아 번식하고, 나머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개미(일벌)는 평생 번식하지 않은 채 먹이 찾기, 집 짓기, 새끼 돌보기, 적으로부터 방어하는 일에만 매달립니다. 이는 마치 한 회사에서 오직 한 사람만 자식을 낳고, 나머지 모든 직원은 평생 그 자식을 함께 키우는 데만 매달리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분업 체계입니다.
왜 중요한가
진사회성은 진화생물학의 오랜 난제 중 하나인 "번식을 포기하는 이타적 행동이 어떻게 자연선택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직결되어 있어, 행동생태학과 진화이론 논문에서 핵심 사례로 반복해서 다뤄집니다. 또한 서로 계통이 먼 곤충 무리에서 독립적으로 나타난 수렴진화의 대표 사례이기도 해, 사회성 진화의 조건을 비교연구하는 데도 중요하게 쓰입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이 문장은 서로 혈연적으로 멀리 떨어진 곤충 무리에서, 진사회성이라는 같은 생활 방식이 각자 따로 진화했다(수렴진화)는 뜻입니다.
진사회성은 곤충에 국한되지 않으며, 포유류 중 벌거숭이두더지쥐처럼 예외적으로 진사회성 조건을 만족하는 종을 다루는 연구에서도 이 개념이 인용됩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진사회성의 진화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으로 혈연선택 이론이 있으며, 이는 자기 자신이 번식하지 않더라도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족(예: 자매인 일벌들)의 번식을 도우면 결과적으로 자신의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전달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논리에 기반합니다. 벌목 곤충의 반수배수성(암컷은 이배체, 수컷은 반수체)이 자매 간 유전적 근연도를 높여 이러한 이타적 행동의 진화를 촉진했다는 가설도 널리 논의되지만, 진사회성 진화의 원인은 여전히 여러 이론이 함께 검토되는 활발한 연구 주제입니다.
주의할 점
진사회성은 단순히 '무리 지어 산다'는 의미의 사회성과는 다릅니다. 학계에서는 (1) 번식을 담당하는 개체와 담당하지 않는 개체로 나뉘는 번식 분업, (2)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세대 중첩, (3) 새끼를 함께 돌보는 협동 육아라는 세 조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만 진사회성으로 분류합니다. 단순히 무리를 지어 다니는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 집단은 대부분 이 조건을 만족하지 않아 진사회성으로 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