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과 및 체류 증강 효과 (Enhanced Permeability and Retention Effect)
쉽게 풀면
정상 조직의 혈관벽은 촘촘한 담장 같아서 큰 입자는 쉽게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그런데 종양은 혈관을 급하게 만들어 내다 보니 벽 군데군데가 벌어진 허술한 담장이 됩니다. 게다가 조직에 스며든 물질을 걷어 가는 림프관도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한번 들어온 것이 잘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리포좀 약물전달체나 고분자 결합 약물을 혈관에 주입하면 정상 조직은 거의 통과하지 못한 채 종양 쪽에만 쌓이게 됩니다. 이렇게 크기 하나로 종양을 골라 찾아가는 성질을 투과 및 체류 증강 효과라고 부릅니다.
왜 중요한가
항체나 리간드를 붙이지 않아도 입자 크기와 순환 시간만으로 종양 축적을 높일 수 있어, 나노 항암제 설계의 기본 원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나노입자 약물전달체의 입자 크기와 표면 성질, 혈중 반감기를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대부분 이 효과에서 나옵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입자가 종양 혈관의 틈을 통과할 만큼 작으면서도 정상 혈관벽은 빠져나가지 못할 만큼 크기 때문에, 종양에서만 약물 농도가 높게 측정되었다는 뜻입니다.
전달체가 혈액 속에 오래 남아 있을수록 종양 혈관을 지나갈 기회가 많아지므로, 면역계에 빨리 제거되지 않도록 표면을 처리해 축적을 높였다는 의미입니다.
종양 속 압력이 높으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흐름이 방해받기 때문에, 같은 종양 안에서도 약물이 잘 도달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갈렸다는 뜻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이 효과는 종양 혈관 내피세포 사이의 벌어진 간격, 불완전한 기저막, 부족한 림프 배액이 함께 작용해 나타납니다. 통과 가능한 간격의 크기는 종양의 종류와 성장 단계에 따라 크게 다르고, 같은 종양 안에서도 부위마다 차이가 납니다. 최근에는 실험동물에서 확인된 축적률이 사람 종양에서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능동 표적화나 종양 미세환경 조절을 함께 쓰는 전략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내피세포를 가로지르는 능동적 소포 수송이 실제 축적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도 아직 논쟁 중인 주제입니다.
주의할 점
종양이라면 언제나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종양 종류와 크기, 혈관 상태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큽니다. 전임상 결과를 임상으로 옮길 때 축적률이 크게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이 효과만을 근거로 삼은 설계는 신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