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노 모형과 베르트랑 모형

사회과학·경제학
한 줄 정의: 소수 기업이 경쟁하는 과점 시장에서, 기업들이 "생산량"을 놓고 눈치싸움을 벌이는지(쿠르노) "가격"을 놓고 눈치싸움을 벌이는지(베르트랑)에 따라 시장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두 가지 대표적 모형입니다.

쉽게 풀면

생수 회사가 딱 두 곳뿐인 시장을 생각해봅시다. 쿠르노 모형은 "각 회사가 얼마나 생산할지"를 먼저 정해놓고, 그 생산량들이 시장에 풀리면서 가격이 자연스럽게 정해진다고 봅니다. 상대방이 생산량을 쉽게 못 바꾼다고 가정하는 거죠. 이 경우 두 회사는 완전경쟁보다는 적게, 독점보다는 많이 생산하면서 서로 적당히 이익을 나눠 가지는 균형에 도달합니다. 반면 베르트랑 모형은 "가격표"를 놓고 싸운다고 봅니다. 소비자는 무조건 더 싼 곳에서 사기 때문에, 두 회사가 상품이 완전히 똑같다면 서로 1원씩 깎으며 치킨게임을 벌이다가 결국 가격이 생산 원가(한계비용) 수준까지 떨어져버립니다. 똑같이 기업이 딱 둘뿐인데도, "무엇을 놓고 경쟁하느냐"만 바뀌었을 뿐인데 결과는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입니다.

왜 중요한가

쿠르노-베르트랑 모형은 산업조직론에서 과점시장의 경쟁 결과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기본 틀이기 때문에, 반독점 규제나 기업 합병 심사와 같은 실제 정책 분석에서도 이론적 근거로 활용됩니다. 어떤 변수(생산량 또는 가격)를 전략 변수로 가정하느냐에 따라 시장 결과와 후생 수준이 크게 달라지므로, 통신·항공·에너지처럼 소수 기업이 지배하는 산업을 다루는 실증연구에서 모형 선택 자체가 중요한 논쟁거리로 다뤄집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본 연구는 두 통신사업자 간 경쟁을 쿠르노 모형으로 설정하여 균형 요금과 시장점유율을 도출하였다."

이 문장은 "두 회사가 가격이 아니라 생산량(또는 서비스 공급량)을 전략 변수로 삼아 경쟁한다고 가정하고 분석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상품 차별화가 적고 가격 비교가 쉬운 시장(예: 온라인 항공권)을 다루는 논문이라면 베르트랑 모형을 전제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공권 가격 경쟁을 분석한 본 연구는 베르트랑 모형을 채택하여 노선 중복 시 운임이 한계비용 수준까지 하락하는 현상을 설명하였다."

가격을 전략 변수로 삼는 베르트랑 모형이 실제 항공 시장 분석에 적용된 예시이다.

"기업 합병 심사를 위한 시뮬레이션에서는 쿠르노 모형을 기반으로 합병 후 시장 생산량과 가격 변화를 추정하였다."

경쟁정책·반독점 심사 분야에서 쿠르노 모형이 정량적 분석 도구로 쓰이는 사례이다.

조금 더 깊게 보면

두 모형의 극단적 결과 차이는 현실에서 대부분 완화되는데, 이는 생산능력 제약이 있는 베르트랑 모형(기업이 무한정 공급할 수 없어 가격을 한계비용까지 낮출 유인이 줄어드는 경우)이나 상품 차별화를 도입한 모형에서 두 모형의 결과가 서로 수렴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게임의 전개 순서를 바꿔 기업이 먼저 생산능력을 정하고 이후 가격을 경쟁하는 2단계 게임으로 확장하면, 균형 결과가 쿠르노 모형의 결과와 유사해진다는 이론적 결과(크렙스-샤인크만 결과)도 산업조직론에서 자주 인용됩니다.

주의할 점

어느 모형을 쓰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으므로, 논문에서 어떤 모형을 가정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두 모형 모두 기업 수가 적은 과점과 독점적 경쟁 상황을 다루는 특수 사례이며, 실제로는 두 모형의 중간적 성격(생산능력 제약이 있는 베르트랑 등)을 갖는 시장도 많아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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