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유래물 연구 동의 (Biospecimen Research Consent)

윤리·출판
한 줄 정의: 혈액, 조직, DNA처럼 사람의 몸에서 나온 검체를 연구에 쓰기 전에, 사용 목적과 범위를 미리 설명하고 받는 동의입니다.

쉽게 풀면

병원에서 피를 뽑고 남은 혈액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냥 버리기 아까우니 연구에 쓰고 싶어도, 환자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쓸 수는 없습니다. "이 혈액을 어떤 연구에, 언제까지 보관하며, 누구와 공유해서 쓸 것인지"를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인체유래물이 냉동 보관되어 수년, 심지어 수십 년 뒤에 지금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연구에 다시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있을 관련 연구 전반에 포괄적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형태의 동의(포괄적 동의, broad consent)를 받는 방식이 흔히 쓰입니다.

왜 중요한가

유전체 분석, 바이오뱅크 구축, 다기관 코호트 연구처럼 대규모 검체를 다루는 연구가 늘면서, 검체를 애초에 어떤 조건으로 수집했는지가 연구의 적법성과 재현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인체유래물은행(biobank)을 통해 여러 연구팀이 동일한 검체를 시간차를 두고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최초 동의의 범위를 벗어난 사용은 연구윤리 위반은 물론 논문 게재 자체가 거부되는 사유가 됩니다. 그래서 방법(Methods) 섹션에 동의 절차를 명시하는 것은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연구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취급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본 연구에 사용된 혈액 검체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승인 하에 참여자로부터 인체유래물 연구 동의를 받아 수집·보관되었다."

이 문장은 "검체를 채취할 때 이미 이번 연구를 포함한 사용 목적에 대해 참여자의 허락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수집된 종양 조직 검체는 향후 관련 유전체 연구에 포괄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사전에 고지하였으며, 참여자는 인체유래물 연구 동의서에 서명하였다."

암 연구처럼 하나의 조직 검체로 여러 후속 분석이 이루어지는 분야에서는, 개별 연구마다 다시 동의를 받기보다 포괄적 동의 형태로 향후 활용 가능성을 미리 설명해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장입니다.

"본 코호트에서 확보된 검체는 국가 인체유래물은행에 기탁되어 관리되며, 이차 활용을 원하지 않는 참여자는 언제든 동의를 철회하고 검체 폐기를 요청할 수 있다."

바이오뱅크를 통한 장기 보관 연구에서는 동의를 받는 시점뿐 아니라, 참여자가 나중에 마음을 바꿔 동의를 철회할 수 있는 절차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는 문장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인체유래물 연구 동의는 동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하느냐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매번 새로운 연구마다 다시 동의를 받는 특정적 동의(specific consent), 관련 분야 전반의 향후 연구에 대해 한 번에 동의를 받는 포괄적 동의(broad consent), 그리고 그 중간 형태로 큰 범주(예: 특정 질환군 연구)만 제한해 동의를 받는 계층적 동의(tiered consent) 등이 있습니다. 또한 검체와 함께 개인정보가 어떻게 분리·보호되는지도 중요한 쟁점인데, 이름 등 식별 정보를 완전히 제거하는 익명화(anonymization)와, 식별 정보를 보관하되 접근을 제한하는 가명처리(pseudonymization)는 동의서에 명시되는 방식이나 재동의 필요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논문을 읽을 때는 검체가 어떤 동의 유형 아래 수집되었는지,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무엇이었는지를 함께 확인하면 연구의 재현성과 후속 활용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주의할 점

흔히 사전동의를 한 번 받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체유래물은 검체 자체가 장기간 보관되며 원래 연구가 끝난 뒤에도 다른 목적으로 재사용될 수 있어 동의 범위와 철회 절차를 별도로 명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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