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과 무해성 원칙 (Beneficence and Non-maleficence)

윤리·출판
한 줄 정의: 선행은 연구참여자에게 최대한 이익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이고, 무해성은 그 과정에서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쉽게 풀면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이 선행(beneficence)이고, "적어도 이 치료 때문에 환자가 더 나빠지게 만들지는 말자"는 마음가짐이 무해성(non-maleficence)입니다. 두 원칙은 비슷해 보이지만 방향이 다릅니다. 선행은 "적극적으로 좋은 일을 하라"는 요구이고, 무해성은 "최소한 나쁜 일은 하지 말라"는 요구입니다. 1979년 벨몬트 보고서는 이 두 원칙을 사전동의와 연결된 "인격 존중" 원칙, 그리고 "정의" 원칙과 함께 연구윤리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습니다. 실제 연구에서는 참여자가 얻을 이익(선행)과 겪을 수 있는 위험(무해성)을 저울질하는 위험-이익 평가 과정에서 이 두 원칙이 함께 적용됩니다.

왜 중요한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필연적으로 참여자에게 크고 작은 부담과 위험을 지우기 때문에, 그 부담이 정당화될 만큼 충분한 이익이 있는지를 따지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선행과 무해성 원칙은 이 정당화 과정의 근거가 되며, IRB 심사·연구계획서 작성·결과 보고 전반에서 위험-이익 평가의 기준선 역할을 합니다. 특히 임상시험이나 취약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이 원칙이 연구 설계 단계부터 개입해 실험군 배정, 위약 사용 여부, 중도 탈락 시 조치 등 구체적인 방법론적 선택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논문의 방법론이나 윤리적 고려 절에서 이 원칙이 자주 명시적으로 언급됩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입니다

"본 연구는 선행과 무해성 원칙에 따라 참여자에게 예상되는 이익이 잠재적 위험을 상회함을 확인하였으며, 이러한 위험-이익 평가는 IRB 심사 과정에서 별도로 검토되었다."

이 문장은 "연구자가 참여자에게 돌아갈 이득과 예상되는 피해를 미리 따져보고, 이득이 더 크다는 판단을 독립된 위원회로부터 확인받았다"는 뜻입니다.

"위약 대조군 설계는 무해성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표준치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위약군 대신 활성대조군을 사용함으로써 참여자에게 불필요한 위해가 가지 않도록 하였다."

표준적인 치료법이 이미 있는데도 참여자를 아무 처치도 받지 못하는 위약군에 배정하면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대신 기존 치료와 비교하는 방식을 택해 무해성 원칙을 지켰다는 설명입니다.

"본 조사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참여자의 심리적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하였으며, 이는 선행 원칙에 따라 연구의 사회적 이익이 개인이 겪을 수 있는 부담을 상회한다는 판단에 기초한다."

설문이나 인터뷰처럼 신체적 위험은 없지만 정서적 부담을 줄 수 있는 연구에서도, 그 부담보다 연구가 가져올 사회적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될 때 진행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금 더 깊게 보면

실제 논문을 읽을 때는 이 원칙이 추상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위험-이익 평가(risk-benefit assessment)" 절차로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험은 다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위험 등으로 세분화되어 검토되는 경우가 많고, 이익도 참여자 개인에게 돌아가는 직접적 이익과 학문·사회 전체에 돌아가는 간접적 이익으로 구분해 논의되기도 합니다. 무해성과 관련해서는 "최소위험(minimal risk)"이라는 개념이 자주 함께 등장하는데, 이는 일상생활이나 통상적인 검사에서 겪는 정도를 넘지 않는 위험을 가리키며 IRB가 심사 강도를 결정할 때 참조하는 기준입니다. 아울러 선행 원칙은 개별 참여자에 대한 의무뿐 아니라 연구가 사회 전체에 기여해야 한다는 더 넓은 차원(사회적 가치, 과학적 타당성)과도 연결되어 논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의할 점

무해성은 "해를 완전히 0으로 만들라"는 뜻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연구는 아주 작은 위험(예: 설문 참여로 인한 시간 소모, 채혈로 인한 가벼운 통증)조차 완전히 없앨 수는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불필요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남은 위험보다 기대되는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원칙은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승인 심사에서 위험-이익 비율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으로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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